[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서울와이어 소인정 주부기자] 지난 2월16일 새벽 4시를 기준으로 택시요금이 올랐다. 2019년부터 달라지는 여러 가지 제도 중 하나였지만 요즘 서민들의 체감 경기가 워낙 좋지 않은 상황이라 아무리 예정된 인상이라 해도 일단 거부감이 먼저 드는 것이 사실이다.

어쨌거나, 결국 일반 중형 택시 기본요금은 3000원에서 3800원으로 올랐으며 밤 12시부터 다음 날 새벽 4시까지 적용되는 심야요금은 기존 3600원에서 4600원으로 1000원 인상 되었다. 또, 중형 택시와 함께 대형·모범택시 기본요금도 5000원에서 6500원으로 1500원 올랐고, 요금 미터기가 올라가는 속도도 더 빨라졌다. 요금 100원 당 142m 운행되던 것이 요금 기준 변경으로 132m로 줄었고 요금 100원이 추가되는 시간도 35초에서 31초로 훅! 줄었다.

이건 일반택시의 요금인상 이야기이다. 

이렇듯 일반 택시요금도 부담이 되는 상황에 최근 모범택시와 일반 택시 사이의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호출 택시가 잇따라 등장하면서 결국 줄줄이 택시요금이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솔직히 이용자들이 그 동안 택시를 이용함에 있어 가장 불만족스러운 점이 “승차거부”라는 조사 결과가 보고 되었다. 굳이 조사를 하지 않아도 대부분 겪어본 고충이라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터인데 실제로 시민들의 불만을 듣거나 단속을 나가서 승차 거부 현장을 잡았던 상황들을 보면 승차 거부하는 택시의 74%가 법인택시였다.

 

개인택시 같은 경우는 본인이 1인 사업자이다 보니 단속에 걸리면 마치 음주운전에 걸린 사람처럼 바로 운전, 즉 영업을 못 하게 하는 게 쉽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수치가 낮게 나왔을 것이라고 본다.

카-풀(Carpool) 등 차량공유 서비스 도입 여부를 두고 진통을 겪는 택시업계가  ‘승차거부를 없앤 서비스’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택시기사가 승차거부를 할 수 없는 기술적 장치를 마련하여 고객을 유치하겠다는 것인데 해결 방법에 문제가 있다. 이들 서비스가 저마다 가격인상을 단행했다는 점이다.

머리를 맞대고 ‘승차거부’ 라는 잘못된 관행을 없애기 위해 노력한 것이 아니라, “승차거부 Zero”를 마치 프리미엄 서비스처럼 둔갑시켜 판매하는 경이로운 상술을 창출해 낸 것이다.

한국 택시비가 다른 선진국보다 낮은 편이고, 시대 발전을 증명하는 다양한 택시가 등장했다는 점에서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볼 수도 있겠으나 미국, 호주, 싱가포르 등 상당수 선진국 국가에서는 ‘우버’ 처럼 택시보다 저렴한 대체 서비스가 등장하고 일본도 택시 요금을 낮추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이용자 부담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도대체, 왜?’ 하는 의문이 생긴다.
( ※우버: 차량 공유 서비스로  택시보다 가격이 20∼30% 저렴하다. 일본은 차량공유 서비스를 제한하고 있지만, 택시 요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책들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가 합의한 지 2주 만인 지난 20일, 합의문에서 언급했던 ‘플랫폼 택시’가 공개됐다. 타고솔루션즈의 승차 거부 없는 택시 '웨이고블루'를 내놨다. 카카오 T 앱으로 호출할 수 있는 웨이고블루는 추가 이용료 3000원이 붙는다. 택시 기본요금이 3800원으로 오른 것을 감안하면 기본료 6800원을 내면 승차거부가 없다는 말이다. 서울에서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고 연내 2만대까지 운행 대수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참 웃픈 소식이다.

타고솔루션즈는 서울‧성남 택시업체 50여곳과 카카오모빌리티가 합작해 만든 회사다. 카카오티앱으로 택시기사들의 승차거부를 용이하게 만들었던 카카오가 승차거부를 줄이는 서비스를 내놓고 추가요금을 받는 것은 지나친 상술이 아닐까? 기술적으로 개선 가능한 서비스를 프리미엄 서비스로 둔갑해 추가 수익을 거둔다는 것은 욕심이 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애초에 승차거부를 없앴다면 이런 상술이 서비스로 둔갑하지도 않았겠지만 이제 현실은 웃돈을 줘야 택시를 잡을 수 있는 지경이 되었다.  

택시비를 한껏 올려놓은 국토부가 말하는 ‘새로운 변화'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서비스 개선이 아니라 그냥 요금 올려놓고 "승차거부 안할께요~" 하는 변화가 과연 정상적인 것일까? 

IT기술에 기반해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버 지향형 신개념 택시라고 정부가 나서서 홍보까지 해주는데 ‘우버’는 개인의 차량을 다른 사람과 공유해 유휴 자원 배분을 최적화한다는 생각을 IT기술로 실현한 대표적인 공유경제의 예다. 반면 웨이고블루는 추가 요금을 내면 승차거부를 안 한다는 개념이다. 지식이 짧은 아줌마 머리로도 우버와 웨이고블루의 공통점은 스마트폰으로 이동수단을 호출할 수 있다는 점 하나인데 정부 당국자가 ‘우버’가 뭔지 알고나 말하는 건가? 

‘승차거부’를 없애려는 강제 배차 서비스를 도입할 생각을 못했던 게 아니다. 지난해 3월 카카오는 카카오 T앱에 강제 배차 기능을 추가하면서 콜비 겸 수수료로 2000원을 더 받겠다고 했는데 당시 국토부는 이 서비스를 허용하면 택시비 인상으로 직결된다는 이유로 반대했었다. 그런데 1년이 지나 웨이고블루를 출시하면서 2000원을 3000원으로 올려 놓고는 ‘우버 지향형'이니 신개념이니 하며 장관까지 나서서 홍보를 해대고 있으니…. 뭔가 불편한 서비스가 개선되려면 웃돈을 줘야 한다고 국민들이 생각하길 바라는 것일까?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그들의 머릿속이 궁금하다. 

앞으로는 추가 요금을 내지 않으면 택시를 잡기 어려울 수도 있다. 웨이고블루나 스마트호출이 보급되면서 택시 기사들이 추가 이용료를 내지 않는 호출은 점점 기피 할 것이라는 계산은 쉽게 나온다.

카카오택시 서비스는 편리한 앱 호출 문화를 만들었지만 모든 택시가 뒷골목에 숨어 목적지를 보고 골라 태우는 악습(惡習)을 굳혔고, 이를 해결하는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또 한 번 수익의 창출을 만들었다. 정말이지 똑똑한 집단이다!

현행법상 승차 거부는 불법이다. 웃돈을 줘야 승차거부를 안 당하는 이런 '요상한 상황'이 당연해지기 전에 최악의 상황을 대비할 수 있는 대안을 빨리 찾아줬으면 좋겠다.

살다 보니, 좋을 때가 있으면 나쁠 때도 있고, 아쉽게 사라지는 것도 있지만 그 이상으로 새로운 것이 등장하며 세상이 돌고 돌아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반복됨 속에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것은 “발전”이다. 이 덩치 큰 세상을 짧은 시간에 눈에 보이게 발전시키기는 당연히 어렵다. 무(蕪)에서 유(有)를 만드는 것이 아니기에 싸우고 따지는 험한 과정이 아주 조금씩이라도 발전하기 위한 고통이라면 그 힘듦도 함께 해야 할 것이다. 다음달에는 버스 요금 외에 생필품 가격도 줄줄이 오를 것이라고 한다. 대책 없는 미세먼지와 황사로 눈도 가슴도 답답하고 게다가 바람까지 매서운 봄날…진정 잔인한 4월이 되지 않게 따사로운 대책이 절실하다.

 

home@seoulwire.com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