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시대 종식’ 우려 여전… ‘강한 독일’ 역할론에도 의구심
최대 야당 등극한 AfD, 정부 요직 꿰차며 입김 거세져
기민당 내부서 세대교체론 솔솔… 차기 총리 후보 이미 거론

사민당과의 대연정 합의에 집권 4기 체제의 막을 올리게 된 메르켈 총리에 대한 리더십 논란이 끊이지 않으며 차기 총선 전 정권교체 가능성도 불거지고 있다.

[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독일 제2당 사회민주당(SPD·사민당)의 대연정 합의안 승인으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집권 4기 체제가 막을 열게 된다.

 

지난해 9월 독일 연방의회선거(총선)에서 4연임 달성에도 불구하고 의회 과반의석을 확보하지 못해 문제가 됐지만 안정적 정권 확립을 위한 마지막 걸림돌이 제거된 셈이다.

 

4일(현지시간) AFP통신은 이날 사민당 당원 투표에서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교 민주 연합(CDU·CSU)과의 대연정을 찬성 다수로 승인하면서 장기적인 정치 공백 우려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보도했다.

 

대연정 출범이 결정되면서 일단 5개월 이상 이어진 정치적 혼란은 수습됐지만 메르켈 총리의 지지율이 하락한 상태여서 4년 후 이뤄질 차기 총선 이전에 정권교체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사민당 66% 대연정 찬성… 지지율 문제 여전

2차 세계대전 후 독일에서 총선 후 5개월 이상 정치 공백이 이어진 것은 처음이다.

 

이날 기독민주연합과의 대연정 여부를 묻는 사민당 당원 투표에서 34%는 ‘반대’ 의사를 밝혔지만 66%의 당원이 ‘찬성’ 표를 던지며 간신히 정권 출범을 시작하게 됐지만 지난 2013년 총리 취임 당시에 비하면 지지율 하락이 눈에 띈다.

 

2013년 총선에서 41.5% 지지율을 얻으며 3연임에 성공했던 메르켈 총리의 지난해 총선 성적표는 32.5%에 불과했다. 주요 외신은 지난 대연정 당시 지지율이 약 75%인 점을 감안하면 연정 지지율도 10%P 이상 빠졌다고 지적했다.

 

총선 이후 지지율 하락이 극에 달하면서 일각에서는 “메르켈 총리의 정치 생명이 여기서 끝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기도 했다.

 

독일 예나대학 교수는 “메르켈이 총리를 역임하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수 있다”며 “스스로 정권 이행 시나리오를 짜는 첫 총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독일 일간지 디 벨트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연정 결렬 후 메르켈 총리가 총리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독일 국민은 61.4%로 ‘그렇지 않다’의 31.5%를 크게 웃돌았다. 연정 협상이 결국엔 성공할 것으로 여겨지는 상황에서 나온 국민 반응에 독일 언론은 “독일 사회가 얼마나 큰 충격에 빠졌는지 알려주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트럼프 행정부가 보호무역주의 체제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국제협력의 마지막 성채’였던 ‘강한 독일’이 역할을 계속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전했다.

 

하지만 메르켈 총리의 집권 4기 정권 출범에 각국은 환영 입장을 밝히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유럽에는 좋은 소식”이라며 “프랑스와 독일은 ‘유럽 프로젝트’를 추진을 위한 새로운 방안을 구축하는데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대연정 합의 소식이 전해지자 직접 전화를 걸어 “신정권 출범을 기대하고 있었다”고 축하하며 양국의 긴밀한 연계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 극우정당 제1야당 등극… 어떤 결과 초래할까

이날 대연정 합의로 총선 3위에 등극한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최대 야당이 된다는 점도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독일은 최대 야당에게 ‘특권’을 주고 있어 AfD가 정부의 예산·결산안 심의는 물론 유럽연합(EU) 정책 등을 총괄하는 예산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NHK는 “AfD가 의회 본회의에서 총리의 시정방침 연설에 가장 먼저 질문할 권리도 얻게 됐다”며 AfD가 영향력을 확대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외르크 모이텐· 알렉산더 가우란트 AfD 공동당수는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최대 야당으로서 정부와 철저하게 맞설 것”이라며 “이민자 유입 문제와 국가안보, 유럽 정책 반대 입장을 고수할 것”이라며 메르켈 정권을 정면 비판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 금 간 메르켈 리더십… 차기 총리 후보 거론

대연정 성공에도 불구하고 정권교체 가능성이 불거지는 이유는 재무장관을 사민당에, 내무장관은 기독사회당(기사당)에 내줬기 때문이다.

 

기독민주당(기민당) 내에서도 메르켈 총리에 대한 불만이 확산되면서 세대교체론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 신임 사무총장에 선출된 크람프-카렌바우어와 보건장관에 내정된 옌스 슈판 재무차관 등이 후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주요 외신은 “트럼프 행정부의 국제협력 무시 행태가 이어지며 그 어느 때보다 메르켈 총리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13년째로 접어드는 정권이 크게 흔들리면서 유럽뿐 아니라 세계 경제가 불안에 빠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miyuki@seoulwi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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