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미중 무역협상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양국이 이달 말까지 타결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미 1년 이상 경과한 협상을 한달 내에 매듭짓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지만 단기간 협상 타결을 기대하는 미국은 이달 안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열어 최종 결론을 내는 시나리오를 세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일(현지시간) 방미한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와 만나 “4주 내에 협상이 마무리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망이 매우 좋다면서 협상이 타결되면 시 주석과 워싱턴DC에서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밝혔다.

다음날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양국의 협상이 합의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강조하며 화상회의를 통한 접촉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커들로 위원장은 “지식재산권 침해와 기술이전 강요, 사이버보안 등 많은 분야에서 진전을 이루고 있다”면서 “많은 것들이 테이블 위에 올라있고 우리는 합의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역시 협상 타결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은 6일 밤 “지식재산권, 기술이전, 비관세 조치, 서비스업·농업, 무역 균형, 이행 관련 문제 등을 논의했다”고 미국과의 무역협상 소식을 전하며 “양측이 남은 문제를 효과적인 방식으로 협상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환구시보도 이번 협상이 순조롭게 마무리됐고 다양한 문제에 대해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이어 양측의 분위기가 상당히 좋았다는 점을 거듭 지적하며 협상 타결 가능성을 점쳤지만 “아직 담판이 끝나지 않았고 ‘앞으로 4주’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도 불확실하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미중 무역협상을 ‘나무에 달린 열매’로 비유하며 “언제 이 열매가 익어서 딸 수 있을지 정확히 말할 수 없다”고 했다. 미중 무역협상이 핵심 의제인 지식재산권, 기술이전 등 문제에서는 합의에 다다르고 있지만 제재관세 철폐 시기나 규모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 내용이 밝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달 안에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열어 무역협상이 최종 마무리되는 시나리오는 어려울 수 있다”며 양국이 다시 지구전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3월부터 대중 관세 제재를 시작했다. 장기화하는 미중 무역전쟁에 미국과 중국은 물론 글로벌 경기가 둔화 조짐을 보이자 세계무역기구(WTO)는 올해 세계 무역 성장률을 2.6%로 내다보며 “크게 둔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것”이라며 미중 무역협상 장기화가 글로벌 경기 둔화를 초래할 우려를 표명했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경제지표는 여전히 양호하지만 지난해와 같은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이어지자 무역협상 종결을 서두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1일 정상회담에서 무역전쟁 휴전을 선포하고 협상 타결을 도모하고 있는 양국은 이번 고위급 회담에서 무역 문제에 대한 기본 합의를 이뤄내고 이달 말 미중 정상회담을 열어 최종 마무리하는 계획을 짰다. 

지식재산권 침해를 비난하는 미국에 반발하던 중국도 일단은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업무보고 당시 리커창(李克強) 중국 총리는 ‘중국제조 2025’를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해까지 4년 연속 강조해 온 중국 정부의 첨단산업 진흥책이지만 미국과의 무역갈등의 핵심이라는 점을 감안해 트럼프 행정부를 자극하지 않으려 한 행동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제재관세 철폐 시기와 규모 등을 둘러싼 갈등이 풀리지 않는다면 미중 무역협상이 다시 교착 상태에 접어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니혼게이자이는 “미국은 ‘중국은 약속을 계속 어겨온 역사가 있다’며 중국의 제재관세 단계적 인하를 주장하고 중국은 ‘지난해 12월 정상회담에서 관세 전면 폐지에 동의했다’며 즉시 철폐를 양보하지 않고 있다”며 관세 철폐에 대한 양국의 입장이 조정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약속한 기술이전 강요 금지 등 합의 이행 메커니즘을 어떻게 만들지도 과제로 남아 있다. 미국은 합의를 위반한 기업을 미국 기업이 신고하는 시스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신고 기업에 대한 중국의 보복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강해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다.

주요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4주 내 협상 마무리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합의 후 문서 작성에 2주 정도가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달 안에 미중 정상회담 개최는 어렵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목을 잡던 러시아 스캔들 의혹을 수사하던 뮬러 특검이 트럼프 대선 캠프와 러시아 간의 공모 혐의가 없다고 발표하면서 대중 협상에 임할 정치적 여유가 생겼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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