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이지은 기자] 성추행 의혹을 받아온 배우 조민기가 어제(9일) 숨을 거뒀다. 향년 53세.

그는 이날 오후 4시 5분께 서울 광진구 구의동에 위치한 오피스텔 지하 1층 창고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건대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최종 사망 판정을 받았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경찰은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이다.

그의 죽음을 두고 "무책임한 선택" "마녀사냥" 등 무수히 많은 목소리가 쏟아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베르테르 효과(Werther effect)’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하고 있다.

배우 조민기를 시작으로 촉발된 '미투' 운동이 문화계를 넘어 연예계, 정계로 번져가고 있는 만큼 조민기의 안타까운 죽음을 접하고 자극받는 이들이 생겨날 수 있다는 우려다.

베르테르 효과는 평소 자신이 닮고자 하는 이상형이나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유명인이 자살할 경우, 그 대상을 모방해 자살을 시도하는 현상을 말한다.

베스트셀러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유래했으며 작품 속 주인공인 '베르테르'가 자살하자 유럽등지에서 젊은이들의 자살이 급증하면서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명명됐다.

베르테르 효과는 최근에도 증명된 바 있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로 잘 알려진 할리우드 배우 로빈 윌리암스가 극적인 선택을 한후, 미국에서는 그처럼 죽음을 선택한 이들이 10%가량 늘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것이다.

국내도 상황은 비슷하다. 보건복지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연예인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2개월 후 동일한 방법(목맴)으로 생을 마감한 사람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146명(14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해 연예인 B씨는 가스중독으로 목숨을 끊었는데, A씨 사례와 마찬가지로 같은 방식(가스중독)으로 죽음을 선택한 이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통계됐다.

현재 미투 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베르테르 효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계속될 전망이다.
 

한편 조민기의 장례 절차와 발인 전 과정은 모두 비공개로 진행된다. 장례를 치른 뒤 오는 12일 오전 6시 30분 발인이 엄수될 예정이다. 장지는 서울추모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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