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전인대서 국가주석 임기 제한 폐지 개헌안 통과… 국제사회 우려
역대 전인대서 중국 공산당 제안 기각된 적 없어
당 언론 통제 속 반대 목소리 내기 힘들어

중국 국회 격인 전인대에서 국가주석의 임기 제한을 폐기하는 개헌안이 통과되면서 시진핑 국가주석은 2기 임기가 종료되는 2023년 이후에도 무기한으로 주석 자리에 머무르는 장기·종신집권 체제를 갖추게 됐다.

[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국가주석의 임기 제한을 폐기하는 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종신집권이 가능해졌다.

 

시 주석이 개헌을 위한 물밑 작업을 시작한지 반 년 만에 ‘1인 장기집권’ 체제 구축을 위한 발판이 마련된 셈이다.

 

주요 외신은 지난 11일 전인대에서 국가주석의 임기 제한을 폐기하는 개헌안이 찬성 2958표로 압도적 다수로 가결됐다고 보도했다. 반대와 기권은 각각 2표, 3표에 불과했다.

 

중국의 절대 권력자는 ‘건국의 아버지’로 추앙받으며 중국 역대 최고 권력자로 인정받았던 마오쩌둥(毛澤東)이 유일하다. 하지만 문화대혁명 주도 등 절대 권력으로 국가 혼란을 초래했다는 비난을 받으며 덩샤오핑(鄧小平)의 집단지도체제와 권력승계 시스템이 중국 정치의 근간이 돼 왔다.

 

국가주석 임기 제한 폐기로 시 주석 1인 체제가 가능해지자 국제사회에서는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당 안팎에서도 반대 의견을 봉쇄한 ‘불시 개헌’이라는 불만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과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 당국의 언론 통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에는 검열 대상인 ‘전인대’ ‘개헌’ 등에 대한 내용은 물론 중국인의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반면 중국 정부는 기자회견에서 ‘개인에게 권력이 집중돼 정치적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은 없냐’는 외신기자 질문에 “그런 문제는 없다. 많은 국민들에게 지지받고 있다”고 답했다.

 

◇ 이미 예견된 개헌 통과… 99% 찬성 가결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헌안 투표가 시작되자 시 주석은 가장 먼저 일어나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

 

결과는 예상대로 99% 찬성이었다. 외신은 “개헌 반대·기권표는 유효 투표의 0.17%에 불과했다”며 당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시 주석의 권력에 반대하는 투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국민의 절대적 지지가 아니라 불만을 억제할 수밖에 없는 현실인 셈이다.

 

AFP는 “역대 전인대에서 중국 공산당의 절대적 제안이 기각된 예는 없다”며 “14년 만의 개헌안 가결은 기정사실이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시 주석이 일부러 전인대에 임박한 시점에 임기제한 폐지 개헌을 제시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과도한 권력 집중으로 이어지는 임기제한 폐지에 대한 저항 세력이 만만치 않자 반대가 표면화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기습적으로 개헌을 단행했다는 것.

 

니혼게이자이는 중국에서 1999년과 2004년 이뤄진 개헌을 예로 들며 “개헌 작업은 적어도 1년 전에 시작되며 전인대 상무위원회에서 3차례 심의 후 처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의문점을 제기했다.

 

시 주석은 지난해 9월 정치국 회의에서 장기집권 개헌을 직접 제안했다. 이후 개헌작업을 위한 태스크포스(TF)가 설치됐지만 당 내외 의견 수렴은 시 주석이 전당대회 최고 지도부 과반을 자신의 사람들로 채운 11월에야 시작됐다. 12월에는 당 원로들이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전해졌다.

 

개헌을 처음 건의한 것은 올 1월 중순 열린 19기 중앙위원회 2차 전체회의(2중전회)때다. 1월 말 상무위원회가 개정 초안을 승인했지만 이 과정에서 ‘임기제한 폐지’에 대한 공식 언급은 없었다.

 

지난달 25일 전인대 개막 8일을 앞두고 기습적으로 발표된 내용에 중국 내에서도 ‘허를 찔렸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 엇갈린 찬반 여론… 반대 목소리 내기는 힘들어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사론을 통해 “임기 폐지가 종신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개헌안 통과에 대한 정당성을 강조했다.

 

지난해 ‘휘황중국’(輝煌中國)이라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시 주석의 집권 성과를 조명한 중국 관영방송 CCTV는 전인대에 맞춰 ‘Amazing China’ 홍보 영화를 공개했다. 개헌 통과일에도 특집 프로그램을 통해 개헌의 의미를 강조하면서 시 주석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하지만 “임기 폐지는 옳지 않다” “임기가 끝나면 정권이 교체돼야 한다”는 등 반발의 목소리도 높은 게 사실이다. 일본 NHK는 여전히 시 주석에게 권력과 권위가 집중될 것이라는 불만이 많지만 “공공장소에서 개헌에 대해 문제 제기한다는 사실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라며 숨겨진 반대파가 다수 존재함을 시사했다.

 

한편 전인대에서 개헌안이 채택되면서 지금까지 2기(연임) 10년으로 제한된 규정이 폐지돼 시 주석은 2기 임기가 종료되는 2023년 이후에도 무기한으로 주석 자리에 머무를 수 있게 된다.

 

miyuki@seoulwi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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