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에 대북 강경파 CIA 국장 지명… 북미 정상회담 전 장관 교체 원해
“해임 이유 모르겠다” 골드스타인 국무부 차관도 해임 통보
새 CIA 국장엔 지나 해스펠 부국장 내정

트럼프 대통령이 틸러슨 국무장관(좌측)을 전격 해임하고 후임으로 마이크 폼페이오(우측) CIA 국장을 지명하면서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미국의 대북기조가 ‘대화’에서 다시 ‘압박’으로 바뀔 가능성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해임하고 후임으로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지명했다.

 

CNN 등 주요 외신은 이란 핵합의 등을 놓고 수 개월간 트럼프 대통령과 대립하던 틸러슨 장관이 ‘트윗’으로 경질됐다며 미국 외교의 핵심인 국무장관이 취임 1년여 만에 교체되는 이례적 사태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에서 틸러슨 장관 해임 사실을 알았다며 “대통령이 (오늘 아침까지) 틸러슨 장관과 대화하지 않았고 해임 이유도 모르겠다”는 성명을 발표한 스티브 골드스타인 국무부 차관도 해임 통보를 받았다.

 

AFP통신은 트럼프 행정부 한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리스크가 높은 북한과의 협상을 시작하기 전에 장관 교체를 원했다”며 틸러슨 장관 해임이 예정된 수순이었음을 시사했다.

 

국제사회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표적 대북 강경파인 폼페이오 지명자를 신임 국무장관에 내정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폼페이오 지명자가 국무장관이 될 경우 강력한 대북제재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정상회담 조정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일 수 있기 때문이다.

 

5월로 예정된 정상회담 준비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백악관의 장관 공식 지명절차는 물론 연방의회 상원의 인사청문회 등 장관 정식 취임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틸러슨 장관이 해임될 경우 폼페이오 국장이 유력한 차기 국무장관이라고 예상했던 현지 언론들도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미국에 해로운 우려 요인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특히 틸러슨 해임으로 백악관 권력의 추가 ‘대북 강경파’로 기울 것이 확실해지면서 유일한 ‘중립자’인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에 대한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 석유업체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틸러슨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대북제재 정책과 보호무역 통상정책 등을 놓고 갈등을 겪으며 경질론이 제기돼 왔다.

 

반면 육군 출신으로 하원의원에서 CIA 국장에 발탁된 폼페이오 지명자는 과거 CIA의 용의자 고문을 용납하고 무슬림에 대한 인종차별 발언으로 비난을 받기도 했다. 외교 경험도 부족해 북한과의 힘겨루기에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 지명자를 “매우 중요한 상황에서 이 일에 적합한 인물”이라고 평가하며 “그는 아주 일을 잘 할 것”이라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에게는 트럼프에서 “그간의 노고에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짧은 인사를 했다.

 

한편 후임 CIA 국장에는 지나 해스펠 부국장이 내정됐다. 승인될 경우 첫 CIA 여성 국장이 된다.

 

miyuki@seoulwi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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