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의혹으로 검찰 출두 “참담한 심정”… 혐의 전면 부인
‘적폐청산 명목으로 정치보복’ 과거 발언 재조명
전두환·노태우·노무현·박근혜 이어 5번째 피의자 신분 검찰 수사 전 대통령

14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참담한 심정을 토로했다. 헌정 사상 5번째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된 이 전 대통령 조사에는 장시간이 걸릴 전망이며 일단 귀가 조치 후 구속영장이 청구될 가능성이 크다 / 사진=YTN 보도 캡처

[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재임 중 뇌물수수 등 10여개 혐의를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다.

 

이 전 대통령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유용 및 삼성 등 민간기업으로부터 100억원 이상의 불법자금 수수 혐의, 다스를 통한 300억원대의 비자금 조성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검찰 조사를 받기 전 고개를 숙인 이 전 대통령은 “민생 경제가 어렵고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이 매우 엄중한 시기에 저와 관련된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대단히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지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며 “전직 대통령으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지만 말을 아끼겠다”며 “역사에서 이번 일이 마지막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지난달 국가정보원이 청와대에 특별활동비(특활비) 명목으로 뒷돈을 상납한 혐의를 적용해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을 기소했다.

 

검찰은 공소장에 이 전 대통령을 ‘주범’으로 명시하며 이 전 대통령이 특활비 상납을 요구했을 것으로 특정지었다. 이에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6일 이 전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기로 결정, 14일 출석을 통보한 것.

 

이 전 대통령은 형인 이상은 회장의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가 100억원 이상의 별도 비자금을 조성하는데도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결론을 내렸고 당시 김성우 사장 등이 중심이 돼 3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임기를 마친 대통령이 잇따라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르는 것을 두고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올 1월 이 전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검찰 수사는 정치 공작이자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며 “역사 뒤집기와 보복정치로 대한민국 근간이 흔들리는 데 참담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분노가 섞인 이례적인 입장 발표를 했다.

 

◇ 5명 전직 대통령 검찰 수사… 역사적 오명

이 전 대통령 재임 중인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친인척이나 측근이 연루된 뇌물수수 사건이 끊이지 않은 가운데 이미 측근 2명이 구속된 상태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여전히 모든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어 조사에 상당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AFP통신 등 주요 외신은 이 전 대통령 소환을 긴급타전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이 뇌물수수죄 등으로 구속·재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 전 대통령까지 조사를 받게 됐다”며 “생존 전직 대통령 4명 모두 유죄 판결을 받거나 탄핵되거나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고 전했다.

 

전직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것은 전두환·노태우·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헌정 사상 5번째다.

 

이날 이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조사 관례에 따라 3명의 검사에게 조사를 받게 된다. 이후 일단 귀가하겠지만 법원의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miyuki@seoulwi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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