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미국 반도체 장비업체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AMAT)가 일부 중국 기업과 거래를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과 무역협상을 벌이고 있는 미 행정부는 협상 타결이 임박했음을 시사하고 있지만 하이테크 분야를 둘러싼 갈등은 여전히 해소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1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AMAT는 세계적인 유기발광다이오드(LED) 업체 삼안광전(三安光電), 시안교통대학 등 미국 정부가 거래 주의 명단에 올린 중국 기업 및 연구기관과 거래를 중단하기로 했다.

AMAT는 이미 해당 기업에 대한 장비 납품과 수리 등 모든 서비스를 중단하라는 지시를 내린 상태다.

앞서 지난 11일 미 상무부는 미국 기업이 거래에 신중을 기해야 할 37개 중국 기업(연구기관)을 리스트에 등록했다. 이 리스트는 안보와 무역의 공정성 확보 차원에서 작성됐기 때문에 해당 기업과 거래 시에는 미국 정부의 승인·보고가 필요하다.

주요 외신은 정부 차원의 금수 조치는 아니지만 실질적으로 거래를 규제하는 효과가 있다면서 AMAT의 이번 조치로 다른 미국 기업들도 중국 기업과의 거래에 신중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치로 중국은 정부가 주도하는 산업 고도화 전략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AMAT는 반도체·패널 등을 제조하는데 필요한 장비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 기업으로 AMAT 장비 없이는 고도의 제품을 만들 수 없다고 할만큼 업계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내 사업이 활발한 해외 기업의 대표격이었던 AMAT가 중국과의 거래를 축소하는 것은 하이테크 산업 육성을 서두르고 있는 중국 당국의 산업정책에 흠집을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AMAT 역시 매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최대 시장을 잃게 된다. 게리 디커슨 AMAT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반도체장비 전시회 ‘세미콘 차이나’에서 “미중 관계의 긴장은 10년간 이어진 (세계) 경제 성장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한편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지난 13일 미중 무역협상과 관련 “(협상) 이슈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라운드에 가까이 가고 있다”며 핵심 쟁점들이 모두 타결되고 있다고 밝혔다.

므누신 장관은 “협상이 타결되면 (2001년 중국의 WTO 가입 이후) 지난 20년 이래 가장 중요한 변화가 될 것”이라며 중국이 인위적인 환율조작 중단 등을 약속했다고 강조했다.

AFP통신 등 외신은 트럼프 행정부가 추가 대면협상 필요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면서 미중 양측에 이행사무소를 설치하는 등 합의이행 체계 구축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하이테크 분야에서의 마찰은 격화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연방대배심은 미국 반도체 업체로부터 기업 비밀을 훔친 산업 스파이 혐의로 중국 국영 반도체 기업 푸젠진화반도체(JHICC) 등을 기소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무역협상 차 방미한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와 만나 4월 내 협상 마무리 가능성을 시사했다. 반면 미국 기업이 JHICC에 제품을 납품하거나 기술이전을 하지 못하도록 규제를 가하고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를 배척하는 등 중국 하이테크 산업을 압박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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