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정 산업팀장

[서울와이어 유수정 기자] 지난해 경영 실적표를 받아든 이커머스 업계가 일제히 최악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다.

 

‘로켓배송’으로 업계를 선도하는 쿠팡의 경우 무려 1조 이상에 달하는 영업 손실을 기록했음에도 올해 목표로 ‘공격적 투자’를 내세웠을 정도니 말이다.

 

이쯤 되면 이윤 창출을 위한 ‘실적 개선’을 최대 목표로 삼는 일반적인 기업의 경영 방향을 포기한 모양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해 1조97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적자폭은 무려 71.7%로, 지난 3년간 누적 적자는 2조3012억원에 달한다.

 

이 같은 성적은 국내 이커머스 사상 최대 매출 달성(연결기준 4조4227억원)이라는 기록이 무색할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팡 측은 매출 성장률이 증가함에 의의를 두고 더욱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매출 성장률은 2017년 40%에서 지난해 65%로 뛰어올랐다.

 

동종업계인 티몬과 위메프의 경우도 별반 다를 바 없다.

 

티몬은 지난해 125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전년 대비 7% 늘어난 손실률을 보였다. 매출의 경우 4972억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40%나 증가했다지만 그만큼 적자폭 역시 매년 늘어가는 상황이다.

 

위메프의 경우 두 업체에 비해 그나마 사정은 낫지만 여전히 적자생존 중인 것은 매한가지다. 위메프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390억원으로 전년 대비 6.4% 감소했다. 대신 매출 역시 4294억원으로 전년 대비 9% 줄었다.

 

지난해 9월 SK플래닛에서 분사한 이후 ‘적자 탈환’을 최대 목표로 삼았던 11번가 역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영업손실을 전년 대비 56%나 줄였지만 여전히 678억원의 적자 상태다.

 

이 같은 상황 속 가장 큰 문제는 업계 전반적으로 적자 경영을 도리어 당연시한다는 점이다.

 

쿠팡의 경우 지난해 물류센터 및 인력 확대 등을 진행한 것처럼 올해 역시 고객 감동을 위한 기술과 인프라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겠다는 방침이다. 티몬 역시 장기적 관점에서 다양한 투자를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결론적으로 소비자들은 단발적인 혜택을 제공받겠지만, 솔직한 이야기로 적자 기업의 경영 전략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롯데와 신세계 등 오프라인 유통 강자들이 대규모 자본을 내세우며 이커머스 경쟁 합류를 선언한 상황 속 사전 주도권을 잡겠다는 심산은 이해하겠다만, 이대로 가다간 업계 전체가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다.

 

극단적인 경쟁만이 지속되는 ‘치킨게임’의 최후 승자가 되겠다는 목표로 제 살을 깎아먹기 보다는, 이제는 장기적 생존을 위해 업계 전반적으로 경영 전략의 변화를 꾀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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