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말까지 한시적 유예 조치 불과
한미 FTA 연계해 자동차 시장 개방 등 요구 가능성 커져

23일 오후 1시 발동되는 미국의 철광·알루미늄 관세 폭탄은 일단 피했지만 다음달 말까지 한시적 유예에 불과해 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 더욱 강한 압박이 예상된다.

[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트럼프 행정부가 23일(현지시간)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올리고 강력한 수입 제한조치를 발동한다.

 

이번 관세 부과 대상에서 캐나다, 멕시코와 함께 한국·유럽연합(EU)·호주·브라질·아르헨티나 등 7개국은 적용 제외 대상에 포함됐지만 4월 말까지 개별적 ‘양보’를 얻어내겠다는 의도가 내포돼 있다.

 

23일 오전 0시 1분(한국시간 오후 1시 1분) 관세 적용이 시작되면 미국으로 수입되는 철강에는 25%, 알루미늄에는 10%의 추가 관세가 부과된다.

 

미국이 36년 만에 ‘무역확장법 232조’ 카드를 꺼내든 것은 철강·알루미늄 수입 증가로 미국의 산업 기반이 약해지고 방산제품 조달 등의 문제로 국가안보에 위협을 받는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국의 철강 소비량 가운데 방위산업 비율이 3%도 안 된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번 조치가 강경한 무역시정 압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노골적인 ‘미국제일주의’에 입각한 보호무역주의라는 것.

 

이날 상원 재무위원회에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관세 부과와 관련 “4월 말까지 국가별 면제 협상을 끝낼 것”이라며 “EU와 한국, 호주 등은 관세 부과를 유예한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지난 8일 수입제한조치를 표명하면서 “미국은 연간 8000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안고 있지만 더 이상은 안된다”며 “어느 나라가 우리를 공정하게 생각하는지 볼 것”이라고 말해 개별협상으로 시장 개방과 새로운 양보를 이끌어낼 것임을 시사했다.

 

시장에서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중인 캐나다·멕시코에 이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을 진행 중인 한국에도 강한 압박이 가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U는 미국과 쌍방이 납득 가능한 새로운 방법을 논의하기 위한 협의에 들어간다. 전날 관세적용 제외를 요구하기 위해 방미한 세실리아 말스트롬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윌버 로스 상무장관과 공동 성명에서 이같이 밝혔다.

 

미국이 무역흑자국가로 분류한 호주와 아르헨티나는 영구 면제 가능성이 크지만 그 외 국가들은 미국과 조건을 놓고 계속 협상해야 하는 셈이다.

 

일단 관세폭탄을 피한 철강업계는 반기는 분위기지만 업계 한 관계자는 “철강관세를 애매하게 피하면서 자동차 시장을 내줘야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달 남짓 남은 한시적 유예 기간 동안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FTA 개정협상 조건으로 자동차를 비롯해 다양한 요구(양보)를 해올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한편 자동차는 지난해 대미 전체 무역흑자 178억7000만 달러의 72.6%인 129억6600만 달러를 차지한다. 미국은 무역적자 해소를 이유로 자동차 부문에서 대폭 양보를 요구해 왔다.

 

miyuki@seoulwire.com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