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국은 여전히 친구”라며 600억 달러 관세부과 행정명령 서명
中, 美수입제품 30억 달러에 최대 25% 추가 관세 보복조치 발표
25% 추가 관세는 무역법 232조 대항 불과… 301조 발동 시 세계 경제 불황 우려도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정책이 중국을 정조준하면서 중국 당국은 미국산 수입제품 30억 달러에 최대 25%의 추가 관세를 매기는 보복조치를 내놨다. 하지만 이는 무역법 232조 대항에 불과해 슈퍼 301조가 실제로 발동될 경우 무역전쟁 발발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36년 만에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를 발동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대해 강력한 무역제한 조치를 명령했다. 하지만 중국이 강력한 보복조치를 발표하는 등 대응에 나서 세계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CNN 등 주요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500억 달러 상당의 중국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문서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관세 부과 대상이 600억 달러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 기업의의 대미 투자도 일부 제한(신규 투자 제한 등)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와 미 재무부의 추가 조치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에 대한 제재는 올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통상법 301조’(무역법, 슈퍼 301조)에 입각해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행위에 대한 체계적 조사를 지시하면서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중국이 미국의 지식재산을 침해하고 있다며 미 무역대표부(USTR)에 자국 기업들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중국의 무역행위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를 지시한 바 있다.

 

1974년 입법된 슈퍼 301조는 미국의 종합무역법에 의해 보복조치를 단행할 수 있도록 명시된 특별법으로 조사 과정에서 불공정 무역으로 판단될 경우 대통령 권한으로 관세인상 등의 제재를 가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슈퍼 301조는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후 적용된 적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거대한 지식재산 침해 문제를 안고 있다”며 “대중 무역적자는 어느 국가도 경험한 적 없는 사상 최대의 무역적자”라며 제재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친구’라는 입장을 보이면서 대북 문제에 대한 협력을 촉구하기도 했다. AF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600억 달러에 달하는 수입 관세 부과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도 중국을 향해 친구임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고 비꼬았다.

 

미국의 통상정책 주도권을 쥐고 있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번 관세조치가 미국의 ‘기술 절도’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라고 밝혀 반도체·정보기술(IT) 등 하이테크 부문이 핵심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슈퍼 301조 대상과 관련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적절한 제품에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만 답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제재 현황

◇ 미중 무역 마찰에 세계 경제 불안정 우려 확대

당초 미국의 타깃은 중국이라는 게 국제사회의 중론이다.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대상에 모든 국가를 거론한 것 역시 다른 국가를 통한 중국의 ‘우회 수출로’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정책이 이번엔 중국을 정조준하자 중국 당국은 보복조치를 내놨다.

 

이날 중국 상무부는 미국에서 수입하는 와인과 과일, 돼지고기 등 30억 달러(약 3조2400억원) 상당에 최대 25%의 추가 관세를 매기는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30억 달러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무역법 232조(철강·알루미늄 수입제한)에 대항하는 것으로 슈퍼 301조가 실제로 발동될 경우 추가 대응조치를 공개할 가능성이 높다.

 

시장 관계자들은 “중국 입장에서는 232조보다 301조 제재에 따른 손해가 훨씬 크기 때문에 실제로 슈퍼 301조가 발동될 경우 대규모 보복관세가 발표될 것”이라며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될 우려가 크다고 우려를 표했다.

 

백악관은 아직 중국에 대한 관세 대상 품목과 정확한 규모를 밝히지 않고 있다. 대상 품목 리스트는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가 작성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문제는 어떤 제품에 어느 정도 규모의 관세를 부과할지가 아니다.

 

미국은 중국이 무역적자 주범이라며 중국에 대한 무역제재를 관철시킨다는 반면 글로벌 통상 무대를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중국은 301조 발동 자체를 유보하려 하기 때문이다.

 

중국 상무부는 철강·알루미늄 수입제한 철회와 중국 측이 입은 손실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과의 협상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경우 우선 15%의 관세를 부과하고 이후 협상이 결렬되면 25%의 관세를 추가로 매긴다는 방침이다. 협상 시한은 밝히지 않았다.

 

“무역전쟁은 이기기 쉽다” “무역전쟁도 불사하겠다”며 불공정 무역을 시정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미국이 대화와 협의를 통해 가능한 빨리 중국의 우려를 해소시키길 바란다”는 입장이다.

 

무역전쟁을 선포한 미국과 대승적 미중 관계 유지를 촉구하는 중국의 온도차가 좁혀지지 않을 경우 G2간 무역 마찰에 따른 세계 경제 타격은 물론 심각한 불황 상황까지 초래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miyuki@seoulwi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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