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무역협상을 앞두고 있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이 항공기 보조금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해 7월 관세 감축 협상 개시 합의 후 9개월 만에 양측이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되면서 무역협상 재개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지만 중국에 이어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촉발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17일 교도통신 등 외신은 EU 집행위원회가 200억 달러(약 22조6700억원)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계획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11페이지에 달하는 보복관세 부과 대상은 트렉터, 헬리콥터, 여행가방, 핸드백, 농수산물 등 폭넓게 책정됐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에어버스에 대한 EU의 보조금 문제를 거론하며 보복관세 부과 리스트를 발표한 데 따른 맞불 관세로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트위터에서 EU가 에어버스에 지급하는 보조금이 미국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며 “110억 달러(약 12조5000억원)의 EU 제품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EU는 미 행정부의 보잉 보조금이 공정한 경쟁 환경을 해쳐 EU 기업이 피해를 입었다며 맞불을 놓았다. EU는 미국이 실제로 관세를 부과할 경우 2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수입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국제경제 전문가들은 “EU가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지만 “대화를 통해 무역전쟁 격화를 피하고 연착륙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EU가 강경한 대응조치를 발표한 것은 조만간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과의 무역협상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EU는 지난 15일 행정부 역할을 하는 집행위에 미국과 무역협상을 하도록 권한을 위임한 상태다. 

이어 16일에는 지난해 7월부터 현재까지 미국산 대두 수입량이 전년 동기 대비 121% 늘었다고 발표하며 EU가 미국의 중요한 무역 상대국임을 강조했다. EU는 미국과의 협상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보복관세 대상에 대두를 포함시켜 미국을 압박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니혼게이자이신문은 EU의 속내는 보복관세 부과보다 미국과의 타협점을 찾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실리아 말스트롬 EU 통상 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성명에서 “EU 기업은 공정하고 평등한 조건으로 (미국과) 경쟁해야 한다”며 보복을 정당화했지만 “대응조치를 준비할 필요가 있지만 우리는 미국과의 대화에 열려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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