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한국은행

 

[서울와이어 염보라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8일 일각에서 제기되는 금리인하설과 관련해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2월 통화정책방향 의결서에 언급된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란 문구가 삭제된 것이 금리 인하 신호로 봐도 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이런 문구를 삭제했다고 해서 곧바로 금리 인하까지 검토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완화 정도에 관한 추가조정 문구를 삭제한 것은 최근 성장, 물가의 흐름, 금융안정상황을 고려해볼 때 지금부터는 향후 통화정책의 방향성을 사전에 적어놓기보단 여러 대외여건의 불확실성, 성장과 물가의 흐름을 지켜보면서 정책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1.75%로 유지했다. 지난해 11월 1.50%에서 1.75%로 인상한 이후 1,2월 전원일치 의견으로 동결한 것이다.

다만 한은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1월 발표한 2.6%에서 2.5%로 0.1%포인트 낮췄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도 1.4%에서 1.1%포인트로 내렸다. 올해 1분기 수출·투자 지표가 당초 예상보다 낮은 것으로 파악돼 이를 반영했다는 게 한은 측 설명이다.

경제 성장세는 하반기 이후 점차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추가경정예산(추경) 효과 등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추경을 포함해 재정지출이 확대될 것"이라며 "수출과 투자의 부진이 완화돼 향후 성장세가 점차 회복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수출의 경우 '수출효자' 품목인 반도체를 언급하며 "전문기관의 전망을 종합해 보면 부진 상황은 일시적인 조정국면"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하반기부터는 수요가 살아나며 반도체 경기도 개선할 것이라는 견해를 다수 기관에서 유지하고 있다"며 "3월 중 데이터를 보면 반도체 수출 물량 회복 속도가 양호했다"고 말했다.

이 영향에 설비투자는 상반기 -5.3%에서 하반기 6.4%로 반전(연간 0.4%)할 것으로 예상했다. 상품수출 증가율도 상반기 1.4%에서 하반기 3.9%(연간 2.7%)로 높아질 것으로 점쳤다.

이 총재는 "다만 일각에서는 반도체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그 시기가 하반기보다 뒤로 가고 속도도 높지 않을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건설투자는 -3.2%(상반기 -6.4%, 하반기 -0.3%)로 감소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상품수입 증가율은 1.6%(상반기 -1.8%, 하반기 5.0%)를 제시했다.

물가 상승률 관련 디플레이션(경제 전반적으로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상당히 낮다"고 일축했다.

이 총재는 "일시적인 공급요인과 정부의 복지정책 강화 영향을 제외하고 경기상황과 관련이 높은 물가지표를 따로 분석해보면 해당 물가는 1% 중후반을 유지하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임금 상승세가 이어지고 공급 측면의 물가 하방 압력이 완화되면서 물가 상승률은 1%대로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와 함께 한은은 고용 상황이 올해 14만명 증가에서 내년도 17만명 증가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실업률도 올해 3.8%(상반기 4.2%→하반기 3.4%)에서 내년 3.7%로 하락한다고 봤다.

일각에서 거론되는 리디노미네이션(화폐단위 변경)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엄중한 경제 현실을 고려할 때 지금은 경제의 활력과 생산성 제고를 위해 집중해야 할 일이 훨씬 많고 중요한 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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