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미국이 이란산 원유 수입을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예외조치를 다음 달로 중단하겠다고 발표하자 국제 원유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대이란 제재 강경 노선을 걷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가 부분적인 원유 수입 제한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던 주요 외신은 전면 수입금지(금수) 조치가 나오자 유가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백악관은 다음 달 2일 종료되는 이란 제재 한시적 예외조치를 연장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조치는 이란의 원유 수출을 제로(0)화해 주요 수입원을 끊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이란이 평범한 국가가 될 때까지 (제재) 압박을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11월 이란산 원유를 제재 대상에 올리면서 한국과 중국·일본·터키·이탈리아·그리스·대만·인도 등 8개국에 대해서는 180일간 한시적 면제 조치를 적용했지만 면제 기한을 더이상 연장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다음 달 2일로 이란산 원유수입이 전면 금지된다는 보도가 나오자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5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1.87달러(3%) 오른 배럴당 65.87달러까지 상승했다. 지난해 10월 말 이후 약 반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셈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이란의 원유 수출량은 3월 시점에서 하루 110만 배럴 수준이다. 미국이 대이란 제재를 발표한 지난해 5월의 절반으로 줄어들었지만 전 세계의 수요의 약 1%를 차지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란산 원유 수입이 전면 금지될 경우 전 세계적으로 원유 부족 사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당분간 배럴당 65달러 수준의 고유가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노무라증권은 면제 대상 국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5월 2일 이후 기한을 연장하지 않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며 “이미 이란산 원유 수입을 감축하거나 제로로 줄인 상태”라고 전했다.

부활절 휴장 이후 거래가 시작되면 선물 매입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며 유가는 당분간 배럴당 65달러 수준에서 소폭의 등락을 계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을 중단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OPEC과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을 포함한 ‘OPEC플러스’는 지난해 말 국제유가 하락을 막기 위해 올 1월부터 6개월간 2018년 10월 산유량을 기준으로 하루 120만 배럴을 감산하기로 합의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가 감산 속도를 올리며 OPEC의 1월 산유량은 전월 대비  80만 배럴 줄어든 하루 3080만 배럴로 줄었고 지난해 말 배럴당 50달러대 초반이었던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62달러대로 뛰어올랐다. WTI 가격 역시 42달러대에서 54.23달러(1월 30일 기준)로 급등한 후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OPEC은 “유가는 공급을 기반으로 훨씬 더 낮아져야 한다”며 감산 계획에 반대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도 감산을 강행했다. 

하지만 6월 말 총회를 앞둔 OPEC이 감산을 중단하고 7월 이후 증산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

WSJ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유가 향방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사우디”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에 증산 압박을 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백악관은 “사우디와 UAE가 세계 원유시장의 적절한 공급이 유지되도록 하기로 약속했다”며 OPEC의 감산 합의가 6월로 종료될 것임을 시사했다.

주요 산유국의 7월 이후 감산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이란산 원유 수입이 전면 금지된 상황에서 감산 지속은 어려울 것이란 반응이 지배적이다. 시장에서는 산유국 감산이 중단되면 공급 과잉 상황이 연출돼 가격 하락 재료가 된다며 WTI 가격이 배럴당 50달러 수준으로 급락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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