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TA 개정협상 “미국의 큰 승리” 주장… 농업·철강 지키려 자동차·환율도 내줘
국제사회, “트럼프 통상 협상 ‘전례’로 남을 것” 우려 표해

한미 FTA 개정협상에서 '환율조작 금지' 조항이 부속 합의로 맺어졌다는 보도에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국제사회는 미국이 환율 개입 조항을 맺는 것이 처음이라며 다른 국가와의 협상에도 도입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며 우려하고 있다.

[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 결과 발표에는 없었던 ‘환율 조항’이 부속 합의로 맺어졌다는 백악관 발표에 정부가 미국 정부에 강력 항의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농업과 철강을 지키고 자동차 분야에서 미국의 요구를 일부 반영한 정도로 줄여서 발표하는 ‘눈속임’을 한 것은 아니냐는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백악관 발표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한국의 환율 개입 투명성을 높이고 수출 경쟁력을 위한 원화 평가절하를 억제한다는 내용의 부속 합의를 했다. 원화를 절상하기 위해 환율조작을 하지 말라는 의미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역시 한미 FTA 결과를 발표하면서 “안정적 통화를 위해 (한국과) 자국 통화의 평가절하를 막고 투명성을 제고하는 협상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것은 부속 합의는 강제성이 없지만 미국이 환율 개입 조항을 맺는 것이 처음이라는 점이다. 특히 FTA는 관세 인하·비관세 장벽 철폐 등 무역 촉진이 주목적으로 환율조작 금지 등 외환 조항은 포함시키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마이니치신문은 “미국이 목표로 한 강제력 있는 환율 조항을 FTA에 포함시키지 못했지만 한·미가 경쟁적 평가절하 금지에 합의했다”며 “향후 각국과의 통상 협상에서 활용할 ‘전례’로 남기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취임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무역 상대국의 통화 평가절하를 억제하기 위해 통상 협상에서 환율 조항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캐나다·멕시코와 진행 중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은 물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도 도입을 추진했지만 일본 등의 반대로 무산됐다.

 

주요 외신은 한국이 협상 시작 3개월 만에 스피드 합의를 이뤄냈지만 환율개입 금지 조항을 담는 이례적 상황으로 마무리됐다며 우려를 표했다.

 

특히 △미국 기준을 충족할 경우 그대로 한국에서 판매할 수 있는 자동차 수입 쿼터를 두 배로 늘리고 △한국산 픽업트럭에 대한 25% 관세 철폐 시기를 2021년에서 2041년까지 연장하는 등 철저한 미국의 승리라는 반응이다.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지난해 대(對)한 무역적자는 229억 달러다. 이번 FTA 개정협상으로 적자 규모가 크게 줄지는 못하겠지만 미국 입장에서는 무역협상에서 처음으로 무역 상대국의 환율개입을 막는 조항을 담았다는 성과를 낸 셈이다.

 

미 재무부는 2016년 7월부터 2017년 6월까지 1년간 한국이 49억 달러의 원화 절하에 개입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외환시장 전문가는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하지 않아 미국의 불신을 키워 왔다”며 “대한 무역적자 요인의 80%가 자동차라고 여기는 미국 정부가 환율 조항을 압박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층 결집이 시급한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등 외교 행보와 함께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내세우고 있다.

 

트럼프의 압박 외교·통상 정책으로 환율개입에 브레이크가 걸리며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산업계는 비상이 걸렸지만 CNN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42%로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스콧 폴 미국 제조업연합회(AAM) 회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전략이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며 한미 FTA를 평가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miyuki@seoulwire.com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