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2년 집권 후 처음으로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한다.

두 정상의 만남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러시아 일간지 이즈베스티야가 러시아 외무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지만 이후 북한과 러시아 정부는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고 있었다.

2월 말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양국의 협상이 막다른 골목에 접어든 가운데 대북 제재에 대한 미국의 양보를 이끌어내려는 김 위원장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AFP통신 등 외신은 23일 북한 매체들에 이어 크렘린궁도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오는 25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회담한다고 공식 발표했다며 북러 정상회담이 성사된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의 자세한 방러 일정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24일 열차로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해 만찬을 갖고 25일 본격적인 정상회의가 이뤄지는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평양과 블라디보스토크의 직선거리는 약 700㎞이지만 북한 내 철도시설 노후화 등으로 상당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NHK는 현지에서 김 위원장이 탈 것으로 보이는 차량이 확인되는 등 준비가 한창이라고 전했다. 23일 오전 북한 국영 고려항공 수송기와 여객기 1대가 잇따라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 도착해 정상회담에 필요한 인력과 물자를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최고 지도자의 러시아 방문은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 이후 8년 만이다. 회담은 지난 2012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 블라디보스토크 루스키 섬의 국립 극동연방대학에서 열린다.

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문제에 대한 정치·외교적 해결과 경제협력 등이 핵심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김 위원장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완전한 비핵화를 이룰 때까지 제재를 해제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요구는 일방적”이라며 비난해 왔다.

미국과의 협상을 위해 보호막 역할을 하는 중국과 4차례 정상회담을 했지만 큰 성과를 얻지 못한 가운데 “핵·미사일 실험 등을 중단한 북한에 대한 대북제재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온 러시아와 관계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 역시 북한의 비핵화 논의에 적극 개입해 국제 사회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포석이 깔려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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