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독일 최대 은행 도이체방크와 코메르츠방크의 합병 협상이 한 달 만에 결렬됐다.

코메르츠 지분을 15% 소유한 독일 정부는 경제 성장을 위해 강력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은행이 필요하다며 도이체방크와의 합병을 지지해왔지만 노조의 반대로 무산됐다.

25일 교도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두 은행은 정부 지원을 받아 협상을 진행해 왔지만 합병에 따른 구조조정을 우려한 노조의 반발과 합병 비용과 리스크 대비 이익이 충분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고 협상 중단을 발표했다.

크리스티안 제빙 도이체방크 최고경영자(CEO)는 “코메르츠와의 합병은 충분한 이익을 만들지 못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협상이 종료됐음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두 은행의 합병이 무산된 가장 큰 이유는 노조의 반대다. 도이체방크와 코메르츠의 직원은 총 14만명 정도로 독일 내에서만 8만명에 달한다. 노조는 합병으로 약 3만명 감원이 이뤄질 것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구조조정은 기업 수익 확대의 원천이 되지만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노조의 반발이 거센 상황에서 합병을 강행할 경우 인력 감축에 드는 비용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결국 합병 자체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을 우려까지 더해지며 두 은행 주주들과 유럽중앙은행(ECB)까지 나서 “합병이 수익 증가로 이어진다는 명확한 청사진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합병 협상이 중단되며 이들 은행은 향후 독자적인 생존책을 찾는 등 경영재건 방안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도이체방크는 자산운용 부문을 다른 은행과 통합하고 투자은행 영업부문 축소 등을 서두를 계획이다. 자산운용 부문 통합 상대로는 UBS가 유력하며 성사될 경우 유럽 최대 운용사인 프랑스 아문디와 맞먹는 규모가 된다. 독일 최대 보험업체 알리안츠 등도 도이체방크의 자산운용 부문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독일 중소기업 거래에서 강점을 가진 코메르츠는 이탈리아 유니크레딧과 네덜란드 ING 그룹이 인수에 의욕을 보이고 있어 쟁탈전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교도통신은 “유니크레딧과 ING가 코메르츠에 합병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도이체방크와의 합병은 결렬됐지만 새로운 인수 쟁탈전이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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