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이현영 기자] 2억원짜리 메르세데스 벤츠 차량을 골프채로 부수는 사람의 심정은 어떨까. 

 

지난 2015년 9월 벤츠를 산 A씨는 광주에서 판매사가 차량 결함에 소극적으로 대처하자 분노를 느껴 골프채로 자신의 차를 쳐부수는 상황이 발생했다.

 

A씨는 시동꺼짐 현상이 지속 발생함에도 벤츠 측이 교환·환불을 거부하자 차를 부수고 이 장면을 찍은 영상을 SNS에 올렸다. 

 

이 사건은 국내 언론은 물론 해외 언론에서도 큰 관심을 가졌다. 

 

국제적 망신을 당한 벤츠는 사건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교환을 약속했으며 4개월 후 국토교통부도 자체 결함으로 인정해 동일 모델 721대를 리콜 조치했다. 

 

이제 더 이상 차를 때려 부수지 않아도 합법적으로 차를 교환·환불 받을 수 있다.  지난 1월 1일부터 시행된 '레몬법' 때문이다.

 

'오렌지인줄 알고 샀는데 집에 와서 보니 오렌지를 닮은 신 레몬이 있었다'라는 말에서 시작된 레몬법은 자동차나 전자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을 불량품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리콜 법안이다.

 

레몬법에 따르면 신차 구매 후 1년 이내 또는 주행거리 2만km 안에 같은 중대한 하자가 2회 이상, 일반 하자가 3회 이상 재발할 경우 제조사에 신차 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할 수 있다.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취지는 좋으나 현재 이 법안은 강제성이 없어 '반쪽짜리' 법안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레몬법은 자동차 제조, 판매업체가 계약서에 자발적으로 레몬법 적용을 명시해야 효력이 발생한다.  따라서 계약서에 관련 조항이 없다면 자동차에 하자가 발생해도 법이 적용될 수 없는 것이다.

 

또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자동차 사고에서 '중대한 하자 2회 이상, 일반 하자 3회 이상'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조건도 문제가 있다.

 

진정 소비자를 생각한다면 미국처럼 강제성이 보장돼야 한다.  결함이 있는 차량은 의무적으로 교환하거나 환불해줘야 한다. 무상수리나 경제적 손실에 대한 배상을 해주는 방법도 있다. 

 

소비자들은 더 똑똑해져야한다. 자동차업체에게 채찍과 당근을 적절히 제시해야 한다. 

 

레몬법에 소극적인 회사에게 다른 회사에 비해 내구성이나 품질에 자신이 없는 것이냐며 채찍질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회사에겐 품질이 좋은 차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강력한 회사라며 당근을 줘야한다. 

 

실제로 레몬법 참여에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는 기업들도 여론의 비판이 계속되자 비판을 피해가기 위해 레몬법을 도입했다. 현대, 기아, 쌍용, 르노삼성 국산차 4개 브랜드와 BMW(미니, 롤스로이스), 도요타(렉서스), 닛산(인피니티), 재규어랜드로버, 볼보, 혼다 등 수입차 6개사 등 국내외 10개사, 총 16개 자동차 브랜드는 이미 참여를 결정한 상태다. 

 

지금까지 참여를 하지 않던 한국GM과 벤츠, 포드(링컨), 아우디폭스바겐(벤틀리, 람보르기니), 캐딜락 등 5개사 9개 브랜드가 한국형 레몬법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기업은 레몬법을 부정적으로 인식하지 말고 소비자와 신뢰를 쌓을 수 있다는 좋은 기회로 생각해야된다. '한국형 레몬법’이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해 소비자들을 보호하길 바란다. 

hyeon0e@seoulwi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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