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골프 회동을 하는 등 밀접한 신뢰 관계를 내세웠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미일 무역협상 합의 시기를 놓고 의견 대립을 벌이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아베 총리와 회담한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이 농산물 등에 부과하고 있는 방대한 관세를 없애고 싶다”고 주장하며 “5월 방일 때까지 서명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무역협상 가속화 의지를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일본과 매우 큰 무역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며 “그게 총리가 여기 있는 가장 큰 이유”라며 아베 총리를 소개했다.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달 25~28일 국빈방문을 염두에 두고 조기 타결 발언을 했다고 분석하며 오는 7월 참의원 선거 후를 생각하고 있는 아베 총리와 의견차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스모 경기를 관전하자. 우승자에게 트로피도 줄게. 멋질거야.”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방일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며 이같이 말했고 아베 총리는 미소로 답했다.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단독회담 전 ‘5월 방일 시 합의 가능성’을 묻는 기자 질문에 “꽤 신속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일본에 있을 때 (서명하는 게)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아베 총리가 5월 방일 시 타결 의지를 보인 트럼프 대통령을 배려하겠지만 무역협상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아사히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5월 말 합의’를 언급하며 조속한 마무리를 주장하는 것은 2020년 대선을 위해 졸속으로 성과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일본에게 메리트가 될 수도, 리스크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대화의 흐름 상 1개월 후 합의를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대선을 최우선으로 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핵심 지지층 결집을 위해 농산물 조기 관세 인하를 서두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말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를 결정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발효된 데 이어 2월에는 유럽연합(EU)과의 경제연대협정(EPA)도 시작되면서 미국산 농산물은 호주나 유럽보다 관세 면에서 불리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등에 철강·알루미늄 추가 관세를 부과하면서 보복관세 대상으로 농산물이 표적이 되면서 미국 농가는 타격을 받고 있다. 만약 일본의 관세가 낮아지면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선거에서 어필할 수 있는 재료가 되는 셈이다.

특히 미일 정상회담 전날 대선 출마를 공식 발표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결에서 6%포인트 차로 승리할 것이란 여론조사 결과도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 의회전문매체 더힐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바이든 전 부통령이 민주당 후보로 나와 트럼프 대통령과 붙으면 지지율은 43%로 37%인 트럼프 대통령을 앞선다. 중도 성향의 바이든 전 부통령은 미 중서부 백인 노동자 계층에서 인기를 얻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이 급해졌다는 것.

미 대선은 공화당·민주당 후보자 경선을 위한 예비선거가 내년 2월 시작되므로 연내 선거 활동이 본격화한다.

조급해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아베 총리는 “대선까지는 구체적으로 만들겠다”며 확답을 피했다. 아베 총리 입장에서는 오는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농산물 관세 인하가 표면화하는 것을 피하고 싶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을 배려하고자 하는 아베 총리의 양보안은 참의원 선거 후가 될 것이라며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방미하는 9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멜라니아 여사와 일본을 국빈방문해 나루히토(德仁) 새 일왕 즉위 후 처음으로 회견하는 외국 정상이 된다. 일본에서는 궁중 만찬과 함께 스모 관전 등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6월에는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기로 결정했다.

미일 정상이 3개월 연속 만나는 것은 이례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미일 무역협상 조기 타결 압박이 예상된다.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