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염보라 기자] "타사보다 1000억원 이익을 더 많이 냈다고 해서 '리딩뱅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난 3월 취임한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취임식 당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실적 면에서 '리딩뱅크'인 신한은행 새 수장의 입에서 나온 뜻밖의 말에 어안이 벙벙하던 찰나, 그는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문장 한줄을 공유했다.

"순간의 이익을 위해 영혼을 팔지 말라." 독일의 세계적인 전기전자기업 '지멘스'의 사훈이다. 당장의 이익이 전부는 아니라는 의미다. 진 행장은 이어 "진정한 의미의 리딩뱅크란 고객의 자산을 증식시켜야 한다는 명제로 봐야 한다"는 소신을 전했다.

반성한다. 분기별로, 연간 단위로 시중은행의 실적을 줄세우기 했다. 올해 1분기 실적에 대해서도 그랬다. 순이익을 가장 많이 낸 기업에는 '리딩뱅크'라고 찬사했고, 순이익이 조금이라도 줄어든 기업에는 섣불리 '위기'라는 단어를 갖다붙였다.

리딩뱅크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봤다. 금융시장에서 선도구실을 하는 우량은행이라는 뜻이 나온다. 건실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새로운 금융상품이나 서비스를 앞서 개발하고, 이를 통해 업권의 발전을 유도하고 고객의 자산 증식을 돕는 은행 정도로 해석이 가능할 것 같다.

금융권 환경이 녹록지 않다.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 경기 부진 등 영향으로 은행들이 예전처럼 손쉽게 순이익을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방어와 변화다. 방어는 건전성 관리, 변화는 핀테크(금융+기술) 등과 같은 혁신이다. 마침 정부의 생각도 맞닿아 있다. 100% 만족스럽진 않지만 금융당국의 규제 혁신 의지는 대단하다. 

수익도 중요하지만 그에 혈안이 될 필요는 없다. '이자장사' '보수적 집단'이라는 오명을 벗고, 자성의 노력으로 '메기'가 필요없는 시장을 만들길 바란다. 물론 그 중심에는 '고객의 자산 증식을 위한' 전제를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런 노력을 지속할 때 고객이 인정하는 '진정한 리딩뱅크' 명예는 자연히 따라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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