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유럽·북미 6개국 순방 중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8일(현지시간) 후쿠시마(福島) 수산물 분쟁 패소와 관련 세계무역기구(WTO)의 분쟁처리 방법에 문제를 제기했다.

마이니치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연 아베 총리는 “WTO가 한국의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금지 해제를 요구하는 일본의 소송을 기각했다”며 “WTO 회원국에서도 타당성을 문제시하고 있으니 분쟁처리 방법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베 총리는 “WTO 상급위원회는 분쟁을 해결하는 것이 필수적이지만 기능이 현저히 저하됐다”며 오는 6월 오사카(大阪)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해외 순방에 동행한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일본 관방 부장관은 “미국에 이어 캐나다도 일본의 입장을 지지했다”며 아베 총리가 양국과의 정상회담에서 각각 사의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일본 언론들은 지난 2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WTO 분쟁해결기구 회의에서 미국은 “일본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밝혔고 캐나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한다”며 일본 정부를 지지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가 WTO의 판정을 인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후쿠시마산 수산물 안전성’이 확인됐다는 이유에서다. 일본산 식품에 대한 안전성을 인정한 WTO가 수입금지를 요구한 한국의 손을 들어줬다는 것이다.

하지만 후쿠시마 주민들의 생각은 다른 듯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에서 나온 오염 토양 처분 계획이 주민 반발에 부딪혔다고 전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 정부는 방사능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제염 과정을 거친 오염토를 장기간 보관한 후 전량을 재활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사고 발생 후 나온 오염토는 총 1300만㎥로 제염 작업은 주민 귀환이 어렵다고 판단된 지역을 제외한 7개 지역에서 지난해 3월까지 이뤄져 후쿠시마현 내의 10만5000개 장소에 임시 보관된 상태다.

일본 정부는 제염한 오염토의 방사선 수치가 0.23μSv/h 이하로 떨어지면 주민들을 귀환시킨다는 계획과 함께 저장이 시작된 지 30년 이내에 오염토를 후쿠시마현 외 지역에서 최종 처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1300만㎥의 토양을 후쿠시마 외 지역으로 옮기는 것은 물론 오염토를 받아줄 후보지를 찾는 것도 어려운 현실이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토 재활용 검토회 좌장을 맡은 호소미 마사아키(細見正明) 도쿄농공대학 교수를 인용해 “재이용으로 양을 줄이지 않으면 최종 처분은 불가능하다”며 오염토 99% 재활용 방침을 세웠다. 

일본 환경부는 농지나 공원 조성, 고속도로나 방조제 등 공공사업에 오염토를 재이용해 최종 처분한다는 계획이지만 일부 언론은 주민 반대에도 오염토 재활용을 추진하는 것은 도쿄전력의 부담을 줄여주려는 정부의 의도라고 비난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지난달 7일 후쿠시마현 미나미소마(南相馬)시에서 열린 주민 설명회에서 환경부 관계자가 “시내를 통과하는 자동차 도로 확장 공사에 오염토를 쓰겠다”고 말하자 회의에 참석한 10명의 구청장들이 항의했다고 전했다.

이후 니혼마쓰(二本松)시에서도 도로 정비에 오염토를 활용할 계획을 밝혔지만 주민의 반대 서명 운동까지 퍼지며 두 공사 계획 모두 무산된 상태다.

후쿠시마현 주민들은 “(정부 주장대로) 안전하다면 도쿄올림픽 공사에 오염토를 쓰면 된다”며 “어떤 소문이 날지 궁금하다”며 정부 방침을 비난하고 있다.

사고로부터 8년이 지나 심각한 방사선 위험은 없다고 주장하는 일본 정부는 WTO의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타당 판결 뒤집기와 오염토 최종 처분 해결 등 대내외적 문제로 코너에 몰렸다.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