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아키히토(明仁·사진 왼쪽) 일왕의 생전 퇴위 의식에 이어 5월 1일 0시를 기해 나루히토(徳仁) 왕세자가 새 일왕으로 즉위하면서 일본의 연호가 ‘헤이세이’(平成) ‘레이와’(令和)로 변경된다.

[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지난 2016년 TV 중계를 통해 살아있는 동안 왕세자에게 왕위를 물려주는 ‘생전 퇴위’ 의사를 밝힌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30일 퇴위하면서 1989년부터 이어진 일본의 ‘헤이세이’(平成) 시대가 막을 내린다.

5월 1일 자정을 기해 나루히토(徳仁) 왕세자가 새 일왕으로 즉위하면서 일본의 연호는 ‘레이와’(令和)로 변경된다.

NHK 등 일본 언론은 일왕 퇴위와 즉위를 앞두고 의식을 담당하는 궁내청의 준비가 막바지에 다다랐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일본에서는 새로운 국왕이 즉위하면 연호가 바뀌기 때문에 시대가 바뀐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특히 202년 만에 퇴위 의식이 이뤄지는 만큼 일본 전역은 폐위 의식에서 아키히토 일왕이 마지막으로 어떤 말을 남길지, 이튿날 새 일왕인 나루히토가 국민들에게 어떤 첫 마디를 건넬 지 주목하고 있다.

올해 86세인 아키히토 일왕은 “헌법에 정해진 상징으로서의 의무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일왕의 자리에 있어야 한다”며 나루히토 왕세자에게 왕위를 넘기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일본 왕실 전범(典範)에는 생전 퇴위에 대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일본 정부는 전범을 개정한 특별법에 의거해 퇴위 절차를 시작했다.

에도(江戸) 시대 후기인 1817년 고카쿠(光格) 일왕 이후 202년 만에 이뤄지는 일왕의 생전 퇴위 의식에서 아키히토 일왕은 연미복을 입고 미치코(美智子) 왕비와 함께 참가한다.

퇴위 의식은 이날 오전 10시 황실의 조상과 신을 모신 도쿄 지요다(千代田) 고쿄(皇居)의 사당 ‘규추산덴’(宮中三殿)에서 퇴위를 고하며 시작된다.

이어 오후 5시부터 규추산덴 ‘마쓰노마’(松の間)에서 10분간 진행되는 퇴위식 정전의 의식 ‘다이이레이 세이덴노 기’(退位礼正殿の儀)를 마지막으로 아키히토 일왕의 퇴위 행사는 마무리된다.

5월 1일에는 같은 장소에서 나루히토 새 일왕 즉위식이 진행된다. 오전 10시 30분부터 열리는 ‘겐지토 쇼케이노 기’(剣璽等承継の儀) 의식에서는 역대 일왕에게 전해지는 세 가지 보물(삼종 신기) 중 검·곡옥(曲玉)과 함께 옥새와 국새 등 상징물을 넘겨받게 된다.

오전 11시 10분부터는 나루히토 새 일왕이 즉위 후 처음으로 국민 앞에 서는 ‘조현 의식’(即位後朝見の儀)이 10분간 진행된다.

한편 도쿄 시내에서는 레이와 시대를 반기는 카운트다운 행사와 함께 천황제 폐지를 주장하는 시위도 계획되고 있어 혼란이 예상된다.

현지 언론들은 “골든위크(황금연휴)를 맞은 시민들이 카운트다운 행사가 진행되는 이케부쿠로(池袋)의 션샤인시티 인근에 몰릴 것”이라며 전날 다치카와(立川)에 이어 신주쿠(新宿)로 자리를 옮긴 반(反)천황제 시위대 인파와 뒤섞여 혼란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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