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 인사가 문제다. 문재인 정부 최악의 인사로 보인다. 금융기관을 감독하는 자리다. 직전 원장도 비위 사실이 드러나 물러났다. 그런데 김 원장은 의혹 투성이다. 임명하는 정부나, 받아들이는 당사자나 똑같다. 인사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김 원장이 지난 8일 과거 행적에 대해 사과를 했다. 그러나 죄송하다고 하면 끝날 일인가. 만약 민주당이 야당이었다면 그대로 있었겠는가 묻고 싶다. 난리법석을 피웠을 것이다. 거듭 강조하건대 임명 철회가 옳다. 최선은 본인이 물러나는 것. 지금까지 나온 것 이상으로 터질지도 모른다. 개연성이 적지 않다. 교각살우란 말이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김 원장은 이미 신뢰를 잃었다. 물러나는 것이 백번 옳다. 아니면 내로남불이다. 장하성-김상조-김기식 라인으로 경제정의를 실천하려고 했을 터. 그러나 셋 다 문제가 적지 않다. 그 중에서도 김 원장은 더 심각하다. 왜 이런 인사를 할까. 내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해서 그렇다. 보다 겸손해야 한다. 청와대 안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그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오랜 기자생활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오래 버티기는 어려울 듯하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으로도 한계를 넘었기 때문이다. 여론도 아주 나쁘다. 지지층마저 등을 돌릴 기세다. 청와대와 여당만 그를 편들고 있는 형국이다. 김기식을 감싸려다 더 큰 것을 잃을 수도 있다. 민심은 천심이다.

요즘 인사 얘기가 많이 나온다. 그만큼 관심이 크다는 방증이다. 인사가 만사라고 했다.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문제이기도 하다. 정실이 개입되면 안 된다.

나도 30년간 기자생활을 하면서 여러 번 경험한 바다. 기막힌 일도 있었다. 한 대목만 소개한다.

2009년 국내 1호 법조大기자로 있을 때다. 그때 회사 경영진이 바뀌었다. 사장이 맨 마지막에 나를 보자고 했다. "당신은 김대중 정부 때 청와대 출입기자를  했으니까 잘 먹고 잘 살았을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글을 쓸 수 없는 두 개의 한직을 제안했다. 사장님 마음대로 하라고 하면서 방을 나왔다. 독자서비스국(판매국) 기획위원을 했던 연유다. 이전에 제작국장, 논설위원, 법조대기자까지 했던 사람을 강등조치 했다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원망하지 않았다. 서운해 하면 진다. 펜을 뺏긴 뒤 더 열심히 글을 썼다.그래서 첫 에세이집 '남자의 속마음'을 냈다. 이처럼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인사도 정직해야 하는데. <글 : 오풍연 오풍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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