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vs 중국·러시아 갈등에 달러화만 약세
중동 리스크 확대로 원유공급 차질 우려
미중 무역전쟁 이어 엔화환율 놓고 미일 갈등 가능성도 솔솔
달러 하락에 안전자산 금에 투자세력 몰려

미중 무역전쟁 완화와 뉴욕증시 상승에도 불구하고 시리아 화학무기 사태로 미국과 러시아와의 갈등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유가·금값·엔화는 강세를, 달러화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뉴욕증시 상승에도 불구하고 연일 이어지는 트럼프발 리스크에 달러화는 하락하고 안전자산인 엔화·금은 물론 위험자산인 원유 매수세가 형성되고 있다.

 

중국과의 무역전쟁 우려가 완화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미국이 시리아에 군사행동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돼 투자자들이 거래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모양새다.

 

현지시간 9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5월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1.36달러(2.2%) 오른 배럴당 63.4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시리아 화학무기 사태와 관련 군사충돌 가능성이 확대되면서 원유공급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주말 대중 강경 입장에서 물러나는 모습을 보이며 미중 갈등으로 인한 세계 경제 둔화·원유수요 감소 우려가 완화되며 유가는 상승세를 탔다. 특히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상승하면서 투자심리가 개선된 것도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원유 매수를 부추겼다는 평가다.

 

시리아와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대응” 시사도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을 고조시키며 유가 상승을 이끌었다. 지난 8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발생한 화학무기 공격과 관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시간에서 48시간 이내에 큰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해 군사행동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미국 달러화가치 수준을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 거래일보다 0.34% 하락한 89.84로 하락세다. 반면 올 들어 강세장을 이어가고 있는 일본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여전히 달러당 106엔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본 외환시장에서는 미중 무역전쟁 우려가 일시적으로 완화됐지만 갈등이 해소되지 못했다며 앞으로도 엔화 강세·달러 약세 장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계감이 감돌고 있다.

 

특히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큰 일본 시장이 트럼프 행정부의 다음 타깃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팽배한 상태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어떤 입장을 보이냐에 따라 ‘미일 무역 갈등’이 초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시장은 오는 15일께 발표 예정인 미 재무부의 환율보고서를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환율보고서에서 한국과 함께 ‘관찰대상국’에 포함된 일본은 미국이 대미 무역흑자를 이유로 올해도 관찰대상 명단에서 일본을 제외시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17일로 예정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가능성까지 불거진 상황에서 미 재무부가 일본을 관찰대상국으로 유지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엔화 평가절하 비판이 강해질 게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달러당 104엔대까지 떨어졌던 엔화는 지난 5일 트럼프 행정부의 잇단 무역전쟁 우려 진화 발언에 107엔대를 되찾았지만 이내 하락했다. 11시 20분 현재 엔화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0.22엔(0.21%) 오른 달러당 106.99엔에 거래 중이지만 연초의 달러당 113엔에 비해서는 턱없이 낮다.

 

금가격도 급등했다. 달러화 하락으로 가격 변동성이 높은 금선물 시장에 투자가 몰리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6월물 금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온스당 4달러(0.3%) 오른 1340.1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세계 금융시장이 트럼프 행정부에 휘둘리는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은 서로를 겨눈 창을 거둘 확률이 높지만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며 시장은 중동 정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miyuki@seoulwi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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