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 의식 무역 전면전 대신 관세 인하로 수입 확대 노려
외국인 과반 지분 보유 허용·자동차 등 외자규제 완화·지식재산권 보호 강화·수입 확대
트럼프 보호무역주의 비판하며 추가 시장 개방 가능성 시사

미중 무역 갈등 속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무역 전면전 대신 자동차 등 미국이 원하는 시장 개방을 통한 협상의 길을 제시했다.

[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0일 개막한 보아오포럼(Boao Forum for Asia)에서 외자제한 시장 개방 등 경제 개방 방침을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후 보호주의무역을 강화하고 있는 미국과의 무역마찰이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는 가운데 G2의 무역전쟁 우려는 완화하고 협상을 통한 해결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CNN머니 등 주요 외신은 시 주석이 ‘트럼프’나 ‘미국’ 등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갈등보다는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며 “중국이 자국 시장을 외국에 더 개방하겠다는 방침을 표명했다”고 전했다.

 

◇ 中시장개방 범위는 어디까지?

중국 하이난 섬에서 열린 보아오포럼 연설에서 시 주석은 지난달 말 미국과의 무역 갈등이 심화된 후 처음으로 무역 문제를 공식 언급했다.

 

시 주석은 △금융시장 개방과 △자동차·항공 우주·조선 업계의 외자 규제 조기 완화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등을 약속했다. 자동차 시장의 경우 관세 인하와 동시에 △수입을 확대하겠다는 방침도 제시했다.

 

시 주석은 이날 연설에서 “자동차 관세 인하는 물론 중국에서 자동차 제조·증권·보험 등 사업을 할 때 외자 출자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외자 출자 허용뿐만 아니라 외국인의 과반 지분 보유도 허용하는 등 중국 시장의 진입 장벽이 대폭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외국 기업이 중국에서 증권·보험 사업을 하는 경우 반드시 중국 기업과 합작해야 하며 외자 상한선은 보험이 50%, 증권은 49% 이하여야만 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외국 기업이 과반 이상의 지분을 보유할 수 있게 되며 보험의 경우 외국 기업의 업무 범위도 확대된다.

 

외자출자가 제한됐던 자동차 제조 분야 제약도 완화된다. 시 주석이 자동차·선박·비행기 등의 외자 규제 개방을 다짐하면서 자동차 역시 합작기업의 외자 지분 상한선 50% 규제를 풀고 과반 출자를 허용할 방침이다.

 

미국이 주장하는 지식재산권 침해와 관련해서도 단속을 강화하고 정부 조직을 개편한다는 계획이다. 시 주석은 “중국에서 외국 기업의 합법적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겠다”며 “외국 기업 역시 중국의 지식재산을 보호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의 개방이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강조하면서 “중국은 무역흑자를 추구(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수입 확대와 경상수지 균형을 원한다”며 자동차뿐만 아니라 다른 제품의 수입 관세도 인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시 주석의 시장개방 발언 후 AFP통신은 지난 9일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이 수입차에 매기는 관세(25%)가 미국보다 2.5% 높다는 사실을 강력 비판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시 주석이 공약한 내용은 모두 미국이 중국에 시정을 요구하는 분야”라고 지적했다.

 

◇ 개혁·개방 40주년 맞아 ‘제2의 혁명’ 선택

국제사회는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무역 전면전을 구사하는 대신 개혁·개방 40주년을 맞아 제2의 혁명을 선택했다고 평가했다.

 

시 주석 역시 이날 연설에서 “중국인은 개혁개방이 중국을 크게 바꿀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자부심을 갖게 될 것”이라며 “중국 개방의 문은 닫히지 않고 점점 더 크게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개방은 진보를, 폐쇄는 낙후를 초래한다”며 “무역 투자 자유화를 추진해 다각적 무역체제를 보호하겠다”고 밝히는 등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를 돌려서 비판하기도 했다.

 

국제무역 전문가들은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한 국제무역체제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는 것은 미국과의 협상이 본격화되기 전에 각국을 중국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목적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miyuki@seoulwi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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