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삼성물산 지분 전량 매각… 순환출자 고리 3개↓
금산분리 유력 시나리오 '바이오로직스, 물산 지분 매각→금융계열사 전자 지분 매입'

삼성물산 서초사옥 전경

 

[서울와이어 염보라 기자] 삼성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에 돌입했다. 복잡했던 그룹 내 순환출자 고리 정리에 나선 것이다.

특히 금융권과 재계 관심사는 '금산(금융·산업)분리'다. 금산분리는 정부가 이야기 하는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이다. 특히 삼성의 금융·산업간 지분 관계는 여러 기업 중에서도 가장 복잡하다. 금융권과 재계가 삼성의 금산분리 행보를 주목하는 이유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이날 삼성물산 지분(2.13%)를 전량 매각했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 내 7개 순환출자 고리 중 3개가 끊어졌다. 삼성화재(1.37%)와 삼성전기(2.61%)도 삼성물산 지분을 매각할 방침인 만큼, 순환출자는 시간을 두고 해소될 전망이다.

남은건 삼성생명(8.27%)과 삼성화재(1.45%)가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하는 것이다. 위법 사항은 아니지만 정부가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게 부담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금산분리를 삼성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10일 오전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삼성생명, 그러니까 보험계열사 고객의 돈으로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금산분리 문제가 삼성그룹의 가장 중요한 문제고 어려운 해결 과제"라며 "삼성 스스로 합리적인 방향을 시장에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금융당국이 오는 7월 시행을 목표로 금산분리 원칙을 강화한 '금융그룹 통합감독 모범규준'을 만들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아직 확정안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해외 사례가 빗대어 봤을 때 삼성 금융계열사, 특히 삼성생명은 현재의 삼성전자 지분을 계속 보유할 경우 수조원의 자본확충 이슈가 생길 우려가 있다. 자본확충을 하거나 지분 매각 중 하나의 카드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는 것이다. 

보유 주식 한계 기준을 '취득가'에서 '시가'로 바꾸는 보험업법 개정이 추진 중이라는 사실도 삼성에는 무거운 짐이다. 현행 보험업법 106조에 따르면 보험사는 단일 계열사 주식 보유액이 총자산의 3%를 넘기면 안 된다. 이 공식대로라면 삼성생명의 총자산은 282조7000억원으로, 단일 계열사 주식의 8조5000억원 이상 보유는 금지된다. 삼성생명은 40년전 취득가 기준으로 5690억원의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시가로 계산하면 26조가 된다. 법이 통과될 경우 최소 17조5000억원가량의 삼성전자 지분 매각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재 증권가에서 언급되는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삼성물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을 삼성전자에 팔고, 그 돈으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삼성전자 지분을 인수하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바이오시밀러 사업은 삼성전자와도 연관성이 있다. 게다가 삼성물산 대주주인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강화 효과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가능한 시나리오는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43.4%를 삼성전자에 팔고,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하는 것"이라며 "공정위는 삼성생명이 고객 돈으로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금산분리 문제가 가장 중요한 문제점으로 파악하고 있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봉착해 있으며 조만간 가시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3.4% 가치는 14조2000억원으로 법인세를 제외해도 10조원 이상의 현금 확보가 가능하다"며 "이를 재원으로 삼성전자 지분 3% 이상 매입이 가능해 삼성전자가 대규모 자금을 들여 바이오사업에 투자할 명분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삼성전자가 14조3000억원 자금을 계열사 지분 매입에 투입한다는 접근 또한 현실성이 낮다"며 "삼성전자의 주주 구성과 성향이 삼성물산 주주와 다르다는 점에서 득보다는 실이 큰 결정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bora@seoulwire.com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