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삼성증권 사태는 삼성그룹의 오늘을 보는 것 같다. 예전 같으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관리의 삼성이라고 하지 않던가. 신용을 제일로 하는 증권사에서 사고가 일어났다. 그것도 고객이 아닌 직원에 의해 일어나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고 이병철 회장과 병상에 누워 있는 이건희 회장이 이 같은 사실을 알면 뭐라고 할까.

담당 직원의 실수는 그렇다 치자. 그것을 악용한 직원들은 정말 문제다. 그런 사실이 있으면 신고를 먼저 했어야 했다. 돈이 안 들어오고, 주식이 들어왔다면 당연히 의심을 해야 한다. 그런데 그것을 순식간에 팔아버렸다.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가 아닐 수 없다. 일확천금을 노린 셈이다. 구성훈 삼성증권 사장도 심각성을 인정했다.

구 사장은 현실을 정확히 짚었다. 담당직원도 그렇지만, 증권을 판 직원들이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거기에 대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한 번 신뢰를 잃으면 회복하기 어렵다. 특히 금융기관은 신용을 갖고 먹고 산다. 벌써부터 삼성증권을 기피한다는 소리도 들린다. 그들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풀어야 할 문제는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먼저 피해자 대책을 보자. 구 사장은 배당 입력 사고에 대해 "피해자 구제와 관련한 보상을 제일 처음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극히 온당한 얘기다. 피해를 보상하더라도 앞으로 집단소송이 잇따를 가능성도 크다. 그래도 불부터 꺼야 한다는 뜻이다.

구 사장은 "피해자 보상과 관련해 시한을 정하지 않고, 신청하면 받겠다"면서 "법리적인 것을 떠나 워낙 심려를 끼쳐드려 가능하면 신속하게 피해자 입장에서 보상하도록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아직 정확한 피해액은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수십억~수백억이 거론된다. 삼성증권 측은 최종안을 내놓기 전에 감독당국과 협의를 진행했다.

이번 사태는 직원과 시스템, 둘 다의 문제인 게 틀림 없다. 따라서 잘못 입력된 주식을 판 16명의 직원 전체를 모두 징계 대상에 넣었다. 공식적인 매도 금지 통보 이전에 주식을 판 직원 역시 징계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구 사장은 "사람의 실수가 있을 수 있지만, 이를 거를 수 있는 시스템도 완벽하지 못했다"고 안타까워 했다.

삼성에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전체적인 기강해이와 무관치 않다고 본다. 외국 같으면 자칫 문을 닫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삼성의 향후 대응이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글 : 오풍연 오풍연구소 대표>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