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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와이어 소인정 주부기자] 오늘은 어버이날이다.

초를 쪼개며 살 정도로 바쁘더라도 오늘 하루만큼은 진심이든, 형식이든 이 세상에 나를 있게 해 준 부모님을 생각하는 효자(孝子)가 될 수 있는 공식적인 날이다. 

한국인의 효(孝). 우리나라 조상 대대로 전해 오는 전통적인 덕목 중에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도덕이며 윤리로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런 전통적 가치관으로 본다면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인 우리나라에서는 굳이 “어버이날”을 별도로 지정할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 싶다.

어버이날은 원래 ‘어머니날’이었다고 한다. 어머니날의 유래는 영국과 미국 같은 기독교 국가에서 어머니 주일을 지키는 종교적 관습에서 유래되었는데 미국의 경우에는 1872년 보스턴 지역 교회를 중심으로 어머니날이 제안되어, 범국가적인 어머니날 제정 움직임은 필라델피아 출신 여성인 아나 자비스가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녀는 1907년 모친의 2주기 추모식에서 흰 카네이션을 교인들에게 나누어 주고, 어머니날을 제정할 것을 촉구했는데. 마침내 1914년 미국 제28대 대통령 토머스 우드로 윌슨이 5월 둘째 주 일요일을 어머니의 날로 정하면서부터 정식 기념일이 되었다고 한다. 

이런 “어버이날”이 우리나라에서 기념일로 제정된 배경은 사회적 변화와 관련이 깊다. 우리나라에서는 1956년부터 “어머니날”을 제정하여 기념하기 시작하였는데 그 후 아버지와 어른, 노인들을 포함하여 어버이날로 개칭한 것은 1973년다. 우리나라에서도 어버이날은 원래 ‘어머니날’이었는데 1955년 8월 국무회의에서 5월 8일을 “어머니날” 로 정하고 1956년 5월 8일 제1회 “어머니날” 행사를 개최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가 나서서 어머니날을 만든 사연에는 가슴 아픈 배경이 있다.

한국전쟁으로 10만 명 가량의 전쟁고아, 30만 명이 넘는 전쟁미망인과 그이들이 홀몸으로 돌보아야 할 100만 명이 넘는 아이들, 부상으로 활동 능력을 잃은 아버지들이 생기면서 이들에 대한 국가의 복지 정책은 있으나 마나 한 형편이었기 때문에 아이들을 기르고 먹여 살리는 일은 여성들이 도맡아야 했다. 여자는 약해도 어머니는 강하기에 어머니인 여성에게 자부심을 심어주면서 다른 모든 여성에게 어머니가 되어 자식을 훌륭하게 기르라고 가르치기 위해서였는데 어머니날 행사는 그런 어머니의 책임을 강조하는 방편이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어벤저스급 어머니들이 철통 같은 바람막이 역할을 하며 자식을 너무 나약하게 기르면서 되려 자식의 자립을 방해하고 평생을 서포트하는 고됨을 자처하는 아주 묘한 상황까지 연출되고 있다. 요즘 이런 대단한 대한(大韓)의 어머님이 많이 계신다. 

분명 어버이날을 공휴일로 정하고 범국민적인 가슴 따뜻한 행사를 하는 이유에는 우리나라의 효(孝)사상, 경로(敬老)사상 같은 전통적인 윤리규범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려는 의도가 있을 것이다. 부모는 부모로서의 역할을 하고, 자식은 자식 된 도리를 하며 살아간다면 모든 것이 바로 제자리에 바로 서서 정당하게 그 대우를 받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과한 것은 모자라는 것보다 못하다’라는 말은 절대 틀린 말이 아니다. 오늘날의 부모들은 자식에게 모든 것을 대 해주려고만 하지 말고 절도(節度) 있고, 절제(節制)하는 내리사랑을 베풀었으면 한다.

생선은 대가리가 맛있다고…, 자장면은 싫다…는 어머니로만 기억되지 말고, 남녀노소(男女老少)를 막론하고 전통적인 효(孝)가 현대 사회에서도 아주 중요한 규범이며 대대로 계승되어야 할 문화적 가치임을 재확인하는 기회의 날로 자식들은 오늘을 기억하고 부모 가슴에 의미 있는 꽃을 달아주었으면 좋겠다. 

‘사랑’과 ‘존경’의 빨간 카네이션, ‘감사’와 ‘당신을 열애합니다’ 라는 뜻의 분홍 카네이션. 그 어떤 것이라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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