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령 기자

 

[서울와이어 김아령 기자] 실적 부진에 빠진 패션업계가 화장품 사업에 공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패션 단일 사업으로는 성장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기업들이 사업 다각화의 일환으로 화장품 사업에 공들이고 있다.

 

주요 패션기업인 신세계인터내셔널과 LF가 화장품 사업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가운데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한섬과 이랜드월드 '스파오'도 도전장을 내놨다.

 

지난 3월 이랜드월드에 따르면 SPA(제조‧유통 일괄형) 브랜드 스파오가 '짱구 화장품'을 오는 6월 출시할 예정이다. 스파오는 캐릭터 협업 제품으로 1020세대를 사로잡은 경험을 살려 사업 다각화를 통한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이랜드월드 관계자는 "짱구 화장품을 출시할 계획이 있는 것은 맞지만, 화장품 사업에 진출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랜드월드는 앞서 로엠걸즈 등의 브랜드로 아동용 화장품을 출시한 바 있지만 현재는 중단한 상태다.

 

한섬은 최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사업 목적에 '화장품 제조와 도‧소매업'을 추가하면서 화장품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한섬은 지난 2월 특허청에 '타임 포스트 모던(TIME POST MODERN)'이라는 상표를 화장품과 치약류로 등록하기도 했다. 

 

한섬 측은 의류 브랜드 '더 캐시미어'를 통해 립밤, 핸드크림 등 기초화장품 일부를 판매해왔던 점을 들어 사업 확장 가능성의 일부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업계에선 한섬이 본격적으로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업다각화에 적극 나서고 있는 LF도 올해 하반기 여성 화장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지난해 캐주얼 브랜드 '헤지스' 이름을 딴 남성 화장품 '헤지스 맨 룰 429'를 선보인 뒤 좋은 성적으로 자신감을 얻은 모습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12년 '비디비치' 인수를 통해 화장품 사업에 진출한 이후 화장품 사업부 매출이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에는 한방 화장품 브랜드인 '연작'을 선보였다. 연작은 고급화 전략을 바탕으로 론칭 한 달 만에 1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했다. 연작은 백화점과 면세점 매장을 늘리고 해외 진출을 통해 2020년까지 매출을 1000억원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업계 관계자는 "4분기 매출이 급증하는 패션시장과 달리 화장품은 성수기와 비성수기가 크게 나뉘어 있지 않아 꾸준한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면서 "마진이 많이 남는데다가 기존 패션사업과 시너지도 창출할 수 있어 효울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무분별한 뷰티 사업 확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ODM(제조자 개발 생산)사에 의존해 무작정 사업을 벌일 경우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화장품이 상대적으로 제품 출시가 쉽긴 하지만 시장이 커진 만큼 경쟁도 치열해졌다. 중국의 경우 자국의 화장품 업체가 약진하면서 한국 화장품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

 

아울러 화장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짐에 따라 품질과 가격만으로는 경쟁이 어려울 것이다. 기존 화장품 업계와는 차별된 마케팅과 뷰티 트렌드를 선도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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