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관세 인상 발언 후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악화 우려가 확대되며 안전자산인 엔화 매수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뉴욕증시까지 급락세로 돌아서자 일본 금융시장에서는 아직 반영되지 않은 미중 무역협상 결렬 가능성이 더해질 경우 엔화 강세 국면은 물론 일본 증시도 하락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주요 외신은 미국이 오는 10일(현지시간) 0시 1분으로 관세 인상 기한을 잡은 것은 9일부터 시작되는 워싱턴DC 고위급 무역협상을 앞둔 최후통첩으로 중국의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도 우세하다.

하지만 실제로 관세를 인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보도가 이어지며 리스크 회피를 우선하는 금융시장에서는 안전자산인 엔화를 사들이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지난달 27일부터 6일까지 이어진 일본의 황금연휴(골든위크) 전까지만 해도 미중 협상이 접점을 찾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돌며 엔화환율은 달러당 111엔대에서 안정세를 유지해 왔다.

지난달 30일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고위급 협상 후 양측 협상단은 “생산적인 회담을 마쳤다”며 마지막 워싱턴 협상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통해 최종 합의를 도출할 것임을 시사했다.

당시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믹 멀베이니 미국 백악관 비서실장은 “협상 결과가 향후 2주 안에 나올 것”이라며 협상 타결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지난 5일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관세 카드’를 내밀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중국과의 협상이 너무 느리고 중국이 재협상을 시도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오는 10일 0시 1분을 기해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 관세율을 현행 10%에서 25%로 올리겠다고 표명했다.

협상 결렬 가능성이 불거지자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미국의 대중 관세 인상이 세계 경기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측 협상단 대표인 류허(劉鶴) 부총리가 워싱턴을 방문해 협상에 임할 것이란 보도에 뉴욕증시는 전날(6일)까지 소폭의 하락세를 보였지만 투자자자들은 관망세를 보였다. 중국이 이번 협상에서 미국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관세 인상이 현실화하지 않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7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73.39포인트(1.79%) 급락한 2만5965.09에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도 각각 159.53포인트(1.96%), 48.42포인트(1.65%) 하락하며 장을 마감했다.

양측의 협상 기한이 촉박한 데다 중국이 미국의 요구를 전면 수용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이 이어지며 일각에서는 오는 10일 대중 관세 인상 확률을 50% 이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종적으로 미중 무역협상은 타결될 것이란 낙관론이 사라지고 있다”며 “시장에서 협상 결렬 가능성을 시야에 넣으며 리스크 온 분위기에서 리스크 오프로 흐름이 전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를 반증하듯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몰리며 뉴욕증시 3대지수는 급락하고 금과 엔화 매수세가 강하다. 다만 안전자산인 달러가 강세를 보이며 달러화로 거래되는 금값 상승은 제한되는 분위기다.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구분되는 엔화는 매수가 몰리며 이날 장 시작과 동시에 환율이 급락하고 있다. 환율과 통화가치는 반대로 환율 하락은 엔화 강세를 의미한다.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10.26엔에 거래를 시작한 엔화환율은 장 시작 후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며 오후 1시 30분 현재 전 거래일 대비 0.31엔(0.28%) 하락한 109.95엔에 거래 중이다. 엔화가 달러당 109엔대를 찍은 것은 지난 3월 26일 이후 한달 반만이다.

도쿄 주식시장에서 전 거래일대비 295.68포인트(1.35%) 하락한 2만1628.04로 출발한 닛케이평균주가(닛케이225지수)도 현재 377.85포인트(1.72%) 떨어진 2만1545.87에 거래 중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시장은 아직 미중 무역협상 결렬 가능성을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며 대중 관세 부과가 현실화될 경우 엔화 초강세는 물론 일본 증시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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