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리스크 경계 고조에 유가 3년4개월 만에 최고가 경신
전문가, 유가 배럴당 70~80달러 수준 전망
안전자산 선호에 금·美국채로 자금 몰려
긴박한 중동 정세 열쇠는 이란… ‘이란 핵 합의 파기’시 유가 상승 현실화

시리아 사태로 촉발된 중동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있다. 배럴당 70~80달러대까지 유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의 우방국인 이란에 ‘핵 합의 파기’로 제재를 가할 경우 유가 급등이 현실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중동지역 정세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국제유가가 한때 3년 4개월 만에 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미국 금융시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중국과의 무역전쟁 우려가 완화된 상황에서 시리아를 둘러싼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돼 투자심리를 자극했다는 평가다.

 

현지시간 11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1.31달러(1.99%) 상승한 배럴당 66.82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후 한국시간 12일 오전 시간 외 거래에서 배럴당 67달러대까지 오르며 2014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에서 발생한 화학무기 공격과 관련 “24시간에서 48시간 이내에 큰 결단을 내릴 것”이라며 미사일 공격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원유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12일) 트위터에서 “시리아에 대한 공격이 언제 시작될지 말하지 않았다”고 말을 바꿨지만 “매우 빠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애매한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 발언 이후 뉴욕증시는 장 시작과 동시에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2만4302.82에 거래를 시작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개장 한 시간 만에 전 거래일 대비 305.13포인트(1.26%) 상승한 2만4494.58에 거래 중이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증시가 강세로 돌아서도 유가가 약세로 전환될 가능성은 적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동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는데다 전날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이끌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유가 적정 수준은 배럴당 80달러”라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지며 매수세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곧 휘발유 수요가 늘어나는 여름이 다가오며 원유 수급에 비상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노무라는 “지적학적 리스크에 계절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유가 강세 재료가 나타나 이익확정 매도 물량이 나와도 곧 매수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배럴당 70달러대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중동 리스크를 피하려는 투자자들이 안전자산 매수에 나서면서 금 가격은 4거래일 연속 상승해 1년 8개월 만에 최고가를 찍었다.

 

전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월물 금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온스당 14.10달러(1.1%) 오른 1360달러에 거래됐다. 미국 국채로도 자금이 유입되면서 미 장기금리는 한때 2.78%까지 하락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동 리스크를 초래한 시리아 자체는 큰 산유국이 아니지만 문제는 아사드 정권 우방인 러시아와 이란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군사행동으로 중동 전체가 불안감에 휩싸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이란과의 대립이 불가피한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신문은 “긴박한 중동 정세의 키를 쥐고 있는 것은 중동의 산유대국인 이란”이라며 “미국과 적대 관계에 있는 이란이 가뜩이나 복잡한 중동의 판도를 뒤흔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OPEC 산유대국인 이란은 중동 내 2위 경제대국이자 세계 3위 산유국이다. 즉 이란이 원유 생산을 중단하면 유가 상승은 불가피하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달 12일까지 이란과의 핵 합의 하기 여부에 대한 최종 입장을 결정하게 된다.

 

그동안 이란과의 핵 합의에 불만을 표하며 지속적으로 ‘이란 핵 합의 파기’ 의사를 밝혀온 트럼프 대통령이 대이란 제재를 가할 경우 이란산 원유 수출 감소, 즉 국제유가 급등이 초래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miyuki@seoulwi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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