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염보라 기자] '외유성 출장' 의혹으로 곤혹을 치루고 있는 김기식(사진) 금융감독원장을 두고 일각에서는 그가 진퇴양난(進退兩難)에 빠졌다고 말한다. 나아가기도 물러서기도 어려운 상황에 닥쳤다는 것이다.

이들이 말하는 핵심 키워드는 '참여연대'다. 참여연대는 감시·대안·참여·연대를 활동원칙으로 범사회적 운동을 전개하는 진보성향 사회단체다. 개혁 성향이 강한 단체로 유명하다.

김 원장은 이곳의 창립 멤버로, 1994년부터 2011년까지 17년간 몸담으며 사무처장, 정책위원장 등을 지냈다. 특히 김 원장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함께 참여연대 출신 재벌개혁 트로이카로 분류됐다. 지난달 김 원장의 금감원장 내정 소식이 전해졌을 때 금융권이 들썩였던 것만 봐도 참여연대 시절을 거쳐 정치인으로서 김 원장의 위상은 대단했다.

현 정부의 핵심 인사 중 참여연대 출신은 세 사람 외에 박원순 서울시장,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 등 다수다. 야당이나 보수성향 시민단체가 "참여연대 출신들이 국정을 쥐락펴락 하고 있다"며 현 정부를 '참여연대 정부'라고 꼬집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 원장 사퇴를 요구하는 야당의 목소리에 대해 진보성향 인사들은 "참여연대 출신 재벌개혁 인사들의 힘을 빼려는 노림수"라고 일갈한다. 김 원장을 공격함으로써 '참여연대 정부'라고 불리는 현 정부에 흠집을 내려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정부의 재벌개혁 정책에 제동 걸기 좋은 '먹거리'를 잡았다는 비아냥도 들린다.

이와 동시에 김 원장이 사임을 결정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의구심을 보내는 이들은 "그가 '둑'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야당의 입을 통해 매일 쏟아지는 각종 논란에 가장 지쳤을 그지만, 참여연대 출신 청와대 핵심 인사들에 대한 야권의 무차별 공격을 막기 위해 무조건 버텨야 한다는 어떤 '압력'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하는 시각이다.

전날 참여연대가 김 원장에 대해 "실망스럽다"는 공식 입장을 밝힌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참여연대 출신 인사들의 재벌개혁 행보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김 원장과 거리 두기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청와대와 김기식 원장의 어깨는 무거워졌다. 곧 있을 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 결과로 김 원장의 거취는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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