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송은정 기자] 만년 3등에서 벗어나겠다는 강한 의지가 피력된 LG유플러스의 행보가 흥미롭다.

 

5세대(5G) 이동통신 투자로 무선 사업 수익이 지지부진한 상황이지만 IPTV와 인터넷 성장세가 놀랍다. 가입자가 둘 다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며 고공행진 중이다.

 

휴대전화(모바일)와 IPTV, 인터넷 등 모두 사업 분야에서 SKT, KT 등에 밀려 '만년 꼴찌'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던 LG유플러스가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LG유플러스가 최근 발표한 1분기 실적에서 단연 돋보인 건 IPTV다.LG유플러스 IPTV 가입자는 1분기 말 414만 9000명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367만 2000명 대비 13% 증가한 수치다.

 

IPTV를 포함한 스마트홈 사업 매출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4407억원에서 13% 늘어난 4979억원을 기록했다.

LG유플러스 전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4%, 영업수익과 영업이익이 각각 1.9%, 3.5%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10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무엇이 LG유플러스 IPTV 사업을 성장 궤도에 올렸을까. 바로 '넷플릭스 효과'다.

 

LG유플러스 IPTV 성장 동력인 넷플리스 시청자가 늘어나면서 LG유플러스 IPTV 가입자도 함께 늘었다.LG유플러스가 IPTV 시장에서는 넷플릭스를 독점 공급하니 이는 당연한 결과일 수 밖에 없다.

LG유플러스가 최근 가입한 고객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LG유플러스 IPTV 가입에 가장 영향을 준 서비스로 넷플릭스를 꼽았다.

LG유플러스가 IPTV를 통해 넷플릭스를 서비스한 건 지난해 11월 16일부터다. 지난 3월 기준 넷플릭스 한국 가입자는 153만명으로 추산됐다.매달 10만명씩 가입하는 추세를 고려할 때 IPTV에서 넷플릭스를 시청하는 사람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LG유플러스는 20대 젊은 층의 유입이 가장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넷플릭스 콘텐츠가 IPTV와 VOD에 익숙한 20대 고객을 타겟으로 한다는 의미다.

IPTV 1등 KT(가입자 800만명)와 SK브로드밴드(가입자 484만 8147명) 보다는 여전히 뒤처진 상태다.하지만 넷플릭스가 LG유플러스 IPTV 사업에 엔진을 달아줬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LG유플러스 IPTV 사업은 KT는 몰라도 SK브로드밴드에겐 충분히 위협이 될 수 있다.조금 더 보태서 2위 자리를 넘보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오기 시작한다.

 

그러나 모든 것에는 문제점과 한계가 등장한다. 우선 유료 콘텐츠 이용 패턴의 변화다.

 

IPTV 단독으로만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요금제별로 제공하는 채널 외 유료 콘텐츠는 돈을 지불하고 이용해야 한다. 최신 영화나 특정 유료 채널이 대표적이다.

건당 1000원에서 많게는 10000원대 이상까지 유료 콘텐츠가 다양하다.

 

최근 동시 개봉, 소장용 콘텐츠가 늘어나면서 고가 VoD 서비스 이용도 많아졌다.

IPTV 사업자에게는 수익 모델이다. 하지만 넷플릭스를 이용하면 IPTV 유료 콘텐츠 이용도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이미 정액제 형태로 비용을 지불하고 넷플릭스를 이용하는 IPTV 고객에게 추가 유료 콘텐츠 구매 비용은 부담이 크다.

 

굳이 별도 유료 콘텐츠를 따로 구매하지 않아도 웬만한 콘텐츠는 넷플릭스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원하는 콘텐츠가 없을 때도 있지만 넷플릭스는 이용자 맞춤형 서비스에 강했다.

 

결국 LG유플러스가 넷플릭스를 앞세워 끌어들인 가입자는 LG유플러스 IPTV 고유의 유료 콘텐츠 구매를 덜 하게 된 셈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망 이용료'라는 게 등장한다.

넷플릭스 콘텐츠는 모두 대용량 영상으로 구성 돼 있어 많은 트래픽을 차지한다.

 

통신 인프라를 구축해 트래픽 양에 따라 수익을 확보하는 통신사-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에게 넷플릭스 같은 기업은 계륵 같은 존재다.

 

대용량 트래픽을 발생하는데 적절한 대가를 지불하면 상관없지만 넷플릭스는 망 이용료를 제대로 지불하지 않는다.

2016년 기준 네이버가 통신사에 지불하는 망 이용료는 700억원이 넘는다. 카카오는 200억~300억원, 아프리카TV는 15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과거에는 인프라를 가진 통신사가 갑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콘텐츠 기업이 갑이다. 미디어 시장에서는 통신사가 을의 위치로 전락했다.

 

넷플릭스는 모바일 전용 요금제 등을 출시했다. 꼭 IPTV가 아니더라도 저렴하게 넷플릭스를 이용할 수 있다.

 

넷플릭스와 LG유플러스의 관계는 오는 10월이면 끝이다. 독점적으로 넷플릭스 콘텐츠를 제공하는 계약이 만료된다.

 

업계에서는 LG유플러스가 재계약을 체결하리라 본다. IPTV 3위인 LG유플러스에겐 당장 가입자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KT와 SK브로드밴드도 오는 10월이 되면 넷플릭스와 계약을 맺을 수 있다. 이 경우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한 IPTV 경쟁구도가 펼쳐진다.

 

하지만 KT와 SK브로드밴드는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우리에게 진짜 유리한 것인가" 확신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넷플릭스가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한 하나의 '채널'이지만 IPTV 입장에서는 결국 자생 능력을 잃을 수 있다.

 

단기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넷플릭스와 같은 독자(오리지널) 콘텐츠를 생산하지 않으면 '실패' 가능성이 높다.

넷플릭는 IPTV가 아쉬울게 많다. 하지만 곧 넷플릭스 대체재가 등장한다.

 

애플TV와 디즈니 TV다. IPTV 사업자는 조금 더 기다렸다가 애플TV와 디즈니 TV를 끌어들여 협상력을 높이는 게 유리하다.

 

KT와 SK브로드밴드의 향후 행보에 따라 LG유플러스 고민도 깊어질 것이다.

 

단순 가입자 늘리기만 생각한다면 넷플릭스는 정답이었다. 하지만 수익을 생각한다면 넷플릭스는 진정한 LG유플러스의 '구원자'일까.

 

앞으로의 LG유플러스의 행보가 궁금하다.

yuniya@seoulwi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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