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참 희한한 사건이다. 차기 대선 집권 여당 1순위가 성폭력 사건으로 낙마하더니, 대통령의 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까지 댓글 사건에 연루돼 벼랑에서 떨어질 위기다. 지금 민주당의 현주소다. 당장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데 연이은 악재에 정신을 못 차릴 것 같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가.

안희정 사건의 상처가 채 아물지도 않았다. 안희정은 영장이 두 번 청구됐지만 모두 기각됐다. 그렇다고 혐의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구속에 관해서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검찰도 불구속 기소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유력 대선 주자에서 피고인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진보진영에서만 미투 사건이 이어진 것도 아이러니다. 민주당 의원이나 같은 정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잇따라 낙마했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던 정봉주도 결국 거짓말이 들통나 스스로 내려왔다. 민병두 의원은 그나마 양심적이다. 폭로가 나오자마자 바로 사과하고 의원직을 던지겠다고 했다.

안희정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명이었다. 노 전 대통령이 없었다면 안희정의 오늘 날도 있을 수 없다. 충남지사에 연거푸 당선됐고, 지난 번 대통령 경선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차기를 약속해 놓은 셈이었다. 그런 찰나에 성폭력 사건이 폭로돼 영영 정치판을 떠나게 됐다. 자업자득이라고 할 수 있다.

경남지사 출마를 선언한 김경수 의원은 문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사이다. 복심(腹心)이라고도 한다. 그런 만큼 경남지사 당선도 유력하게 점쳐졌다. 민주당 댓글 고발 사건에 민주당 당원이 구속된 것도 그렇고, 김경수가 연루된 것도 의외다. 야당은 고기가 물을 만난 듯 신나게 정치공세를 펴고 있다. 이보다 더 좋은 호재가 있겠는가.

김 의원은 지난 14일 밤 즉각 반박 기자회견을 했다. 그런데 득보다 실이 컸다는 느낌이다. 의혹을 더 키웠다고 할까. 도리어 혹을 붙인 격이다. 야당의 논평을 한 번 보자. 바른미래당은 김 의원이 기자회견에서 대선 당시 댓글 조작을 사전에 인지하고, 댓글 조작자에 감사표시 및 인사청탁을 받았음을 자백했다고 지적했다.

권성주 대변인은 “어설픈 거짓 변명은 결국 또 다른 단서를 낳는 법"이라며 "김 의원은 댓글 조작 세력과의 대화를 지운 것은 자신이 배후자라는 기록을 지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 의원의 기자회견은 한마디로 특검이 불가피하다는 자백"이라고 특검을 요구하고 나섰다.

자유한국당도 가만히 있을 리 없다. 특검과 국정조사를 요구한다. 김기식이라는 호재 말고도 또 다른 호재를 손에 넣고 주무르는 듯하다. 한국당도 국정조사, 특별검사 임명 등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한국당은 '김경수 개입의혹 댓글조작 게이트'에 대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끝까지 추적해 범죄의 전모를 반드시 밝혀내겠다"고 경고했다.

 

김경수의 위기이자 민주당의 위기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하지 말라. <글 : 오풍연 오풍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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