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첫날 무역협상 종료… 美, 5700개 품목 관세 인상 단행
대화로 풀자던 중국도 보복관세 부과 시사
미중 무역분쟁 격화에 국내외 금융시장 불안정
이주열 총재 “불확실성 크지만 타결 가능성도”

[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무역분쟁 해소를 위한 미국과 중국의 워싱턴DC 고위급 무역협상 첫날 일정이 종료된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10일(현지시간) 오전 0시 1분을 기해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 관세를 인상했다.

양측 협상단은 이날 오전 2일차 협상을 이어가기로 합의했지만 협상 진행 중에 실제로 대중 제재관세 부과가 단행되면서 미중 무역갈등 심화는 물론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CNBC 등 외신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와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이 중국측 협상단 대표인 류허(劉鶴) 부총리 등이 첫날 회의를 90분 만에 마쳤다며 다음날 협상이 재개되지만 중국의 보복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관세가 시한이 지나면서 늘어나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시간 오후 1시 1분부터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부과하는 제재관세를 현행 10%에서 25%로 높였다. 이번 추가관세 대상은 지난해 9월 10% 관세가 부과된 약 5700개 품목으로 가구·가전·식료품 등 생활에 밀접한 소비재가 다수 포함돼 있다.

다만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이 징수하는 추가관세는 10일 오전 0시 1분 이후 미국으로 출발한 수출품으로 이날 이후 미국에 도착해 통관해도 관세는 10%다. 관세부과 대상 품목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소비재는 주로 선박편으로 옮겨지기 때문에 2~4주일의 시간이 소요된다. 결국 인상된 세율로 관세를 징수하기까지 시차가 발생하는 셈이다.

주요 외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협상이 타결될 경우 인상된 관세를 철회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 시차가 양측의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중국이 그간의 합의 내용을 뒤집었다며 관세폭탄을 던지고 대놓고 양보를 촉구하는 트럼프 행정부에 중국도 물러서지 않을 태세를 보이고 있어 미중 무역갈등이 심각한 사태에 빠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날 무역협상을 위해 워싱턴을 방문한 류허 부총리는 회의 전까지만 해도 무역협상 타결에 희망이 있다며 기대를 표명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류허 부총리는 “나는 성의를 갖고 이곳에 왔다. 현재의 특수한 상황에서 이성적이고 솔직하게 미국과 의견교환을 하고 싶다”며 “관세 인상이 (무역갈등)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첫날 회의 후 미국이 실제로 관세 인상을 발동하자 중국 상무부는 “깊은 유감을 느낀다”며 “필요한 반격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도 보복관세 부과를 단행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여전히 협력과 협상, 즉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기를 희망한다며 고위급 협상에서 합의점을 찾기를 기대했다.

한편 미중 무역분쟁 격화로 주가가 하락하고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는 등 국내외 금융시장이 요동치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일단 차분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경제상황 점검회의’에서 이 총재는 “미국의 대중 수입품 관세부과 계획으로 최근 미중 무역협상 관련 불확실성이 한층 커졌지만 동시에 협상 타결을 위한 양국간 노력이 계속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미중 무역협상 전개상황이 국내 금융·경제에 미칠 영향을 더욱 면밀히 점검하고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시장 안정화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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