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IB 6개사(사진=각사 CI)

 

[서울와이어 염보라 기자] 초대형 투자은행(IB)들의 발행어음 사업 판도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회사는 지난 10일 자율공시를 통해 자회사인 신한금융투자에 6600억원을 출자한다고 밝혔다.

초대형 IB는 자기자본 4조원대 증권사를 일컫는다. 지난해 말 기준 신한금투의 자기자본은 3조3600억원으로, 자금이 투입되면 신한금투는 자기자본 4조원대 증권사로 도약하게 된다.

현재 초대형 IB 타이틀을 거머쥔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KB증권·미래에셋대우·삼성증권 등 5곳이다. 신한지주는 올해 하반기 중 모든 절차를 완료한다는 계획으로, 신한금투의 초대형 IB 도약을 위한 카운트다운을 켰다.

초대형 IB가 되면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을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자본시장법상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진출도 가능해진다. 각사가 초대형 IB에 목을 매는 이유다. 

단기금융업에 진출하면 자기자본의 200% 한도 내에서 만기 1년 이내의 발행어음 취급이 가능해진다. 아울러 레버리지 규제를 받지 않고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조달이 용이해지는 만큼, 유동성 확보를 통한 효과적인 성장기반을 확대할 수 있다. 

단 금융위원회로부터 인가를 받아야 한다. 그마저도 자본시장법에 따라 금융기관의 대주주를 상대로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거나 금융위·공정거래위원회·국세청 등의 조사를 받고 있다면 심사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현재 5개 초대형 IB 가운데 단기금융업을 영위하고 있는 곳은 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 두 곳뿐이다. KB증권은 지난 8일 조건부 인가를 받아놓은 상황으로, 오는 15일 금융위 정례회의 의결 및 금융투자협회의 약관 심사 절차를 통과한 후 국내 3호 단기금융업 사업자가 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신한금투가 이르면 올해 말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한지주는 자체 내부 유보자금과 2000억 규모의 원화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고 올해 하반기 중으로 모든 절차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재무재표가 확정된 이후 인가를 신청할 수 있는 만큼, 6월 증자가 완료된다고 가정할 경우 8월경 신한금투의 단기금융업 인가 신청이 가능하다. 7~9월로 미뤄진다고 해도 10월말쯤에는 인가 신청 조건을 갖추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크게 걸림돌은 없어 보인다"며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에는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일찍이 초대형 IB를 따놓은 삼성증권과 미래에셋대우는 각각 '유령주식' 사태와 일감 몰아주기 의혹으로 고전 중인 상황이다.

미래에셋대우는 대주주가 공정위로부터 일감 몰아주기 수사를 받고 있어 일찍이 심사가 중단된 상태다. 삼성증권은 오는 2021년 1월 말까지 신규 사업 진출이 불가능하다.

6개사 외에는 하나금융투자와 메리츠종금증권이 각각 자기자본 규모 3조2000억원, 3조4732억원으로 단기금융업 인가의 자격조건인 초대형 IB를 목전에 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하나금융투자와 메리츠종금증권 모두 CEO 차원에서 초대형 IB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며 "1기 초대형 IB들이 강화된 심사 기준으로 고전하고 있는 사이, 후발 주자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발행어음 사업 판도가 바뀔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업계 추산으로 지난 7일 기준 발행어음 시장 규모는 8조55773억원에 달한다.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잔액이 5조4000억원(4월 말 기준), NH투자증권은 3조1773억원(7일 외화어음 포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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