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5500억원 규모 관세폭탄… 중국 수입품 모두에 고율의 관세 부과
스마트폰·노트북 등 IT제품도 대상 포함
애플·화웨이에 부품 공급하는 LG이노텍 피해 규모 클 듯
의류 제재 가능성에 일본 유니클로도 긴장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개인소비 타격 클 것” 경종

[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결렬로 미중 무역분쟁이 다시 격화되면서 아시아 각국도 미국의 대중 관세폭탄 영향을 우려하기 시작했다.

미국이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등 소비재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미국 기업과 소비자는 물론 한국과 일본, 대만 등 아시아 공급망에도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CNN과 CNBC 등 주요 외신은 1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 종료 후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게 3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25%로 끌어올리도록 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7~9월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3차례에 걸쳐 부과된 중국 수입품 관세 인상 규모가 2500억 달러에서 5500억 달러로 확대된다. USTR은 트럼프 대통령 지시에 따라 10일 오전 0시 1분부터 200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25%로 인상한 상태다. 

지난해 중국의 대미 상품수출액 총 규모가 5395억340만 달러라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에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고율의 관세가 부과되는 셈이다.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이 징수하는 추가관세는 10일 오전 0시 1분 이후 미국으로 출발한 수출품으로 이날 이후 미국에 도착해 통관해도 관세는 10%다. 관세부과 대상 품목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소비재는 주로 선박편으로 옮겨지기 때문에 2~4주일의 시간이 소요된다. 

USTR이 산업계의 의견을 근거로 관세 발동 시기와 대상 품목을 결정해 실제로 추가관세를 발동하는데도 2개월 이상이 걸리므로 인상된 세율로 관세를 징수하기까지 시차가 발생한다.

IT제품에도 관세폭탄… 美아이폰 가격 160달러 오를 듯

하지만 산업계가 우려하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제4탄 폭탄관세 대상에서 가장 규모가 큰 것이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 전 세계에서 부품을 조달해 중국에서 조립하고 있는 IT제품이라는 점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이 검토하고 있는 관세 부과 규모는 3250억 달러의 중국산 수입품”이라며 “제품군별로 가장 규모가 큰 것은 스마트폰(432억 달러)과 노트북(375억 달러)”라고 지적했다. 일본 기업이 시장을 차지하고 있는 디지털카메라도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USTR은 지금까지 대중국 의존도가 높고 중국 이외에서 조달을 대체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하이테크 제품은 관세 대상에서 제외해 왔다.

하지만 실제로 관세가 25%로 인상될 가능성이 확대되자 미국 언론들은 애플이 관세 인상분을 소매가격에 전가할 경우 아이폰 핵심 모델 가격이 약 160달러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관세 인상으로 매출이 둔화할 경우 아이폰 상품 기획·설계 등 ‘업스트림’은 물론 애프터서비스 등 ‘다운스트림’까지 장악하고 있는 미국이 입을 타격이 중국보다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국·일본 등 아시아로 시장 혼란 전가 

더 큰 문제는 무역 갈등을 빚고 있는 미중 양국뿐만 아니라 시장 혼란이 아시아로 확산돼 공급망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다.

현재 200여사에 달하는 애플의 주요 부품공급 업체는 중국의 애플 제조공장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애플 최대 협력사이자 핵심 제품인 아이폰을 생산하고 있는 대만 홍하이(鴻海)정밀공업은 최근 중국 광둥성 선전에 있는 폭스콘 공장을 대만 남부 가오슝으로 옮기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폭스콘의 탈(脫) 중국 선언은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되지만 시장에서는 중국에 맞먹는 규모의 공장을 당장 건설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아이폰 카메라모듈 등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는 LG이노텍도 미국과 중국의 대치가 길어지며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LG이노텍의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제재를 가하고 있는 화웨이에도 스마트폰 부품을 공급하고 있어 피해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본 유니클로도 미중 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퍼스트 리테일링은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일부 제품을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유니클로 홍보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가죽벨트가 관세 인상 대상이었지만 이번에는 핵심 품목인 의류가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며 “(양국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美 개인소비 부진 위험 확대… 물가 상승 우려도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제4탄 폭탄관세 대상 품목 중 IT제품과 완구 등 소비재가 전체의 40%를 차지한다”며 추가관세가 실제로 부과될 경우 중국이 미국으로 수출하는 장난감과 스포츠용품은 100%, 신발은 93%, 직물·의류도 91%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소는 소비자의 직접적인 영향을 피하기 때문에 제1탄과 제2탄은 소비재 비율이 1%로 낮았고 가전·가구 등을 제재 대상에 포함시킨 제3탄에서도 24%에 불과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 역시 USTR이 지금까지는 대중 의존도가 50%를 넘는 장난감이나 신발, 가죽 제품을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다른 나라 제품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품목을 명단에서 제외했지만 이번엔 제재 대상을 확대해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하는 개인소비가 부진해질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1.5%였던 미국의 평균 관세율이 제4탄 발동 후 8%로 높아진다는 점을 지적하며 “관세 인상폭은 1930년 전후 대공황을 악화시킨 ‘스무트·홀리법’으로 2만개 품목에 추가관세를 부과한 당시(6%)를 웃돌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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