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공백 우려해 2~3개월 직함 유지…후임 선임 절차 돌입
포스코, 정권마다 반복되는 CEO 교체 '악순환'

권오준 포스코 회장. (사진=포스코)

[서울와이어 정초윈 기자]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권 행장은 임기를 2년 남게둔 상태에서 회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하면서, 과거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체됐던 전임 최고경영자(CEO)들과 같은 전철을 밟게 됐다.

 

권 회장은 18일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임시 이사회에서 사의를 밝혔다. 권 회장은 이사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저보다 더 열정적이고 능력 있고 젊고 박력 있는 분에게 회사 경영을 넘기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 부분을 이사회에서도 흔쾌히 승낙했다"며 "새로운 100년을 위해 여러 변화가 필요한데 그중에서도 중요한게 CEO의 변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권 회장은 후임 CEO가 정해질 때까지 포스코 회장 직함을 유지할 계획이다. 후임자가 확정될 때까지는 2~3개월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김주현 이사회 의장은 "가까운 시일 내에 승계 협의회를 소집해 일정과 절차를 논의할 것"이라며 "(권 회장이) 사의를 표했지만 두세달 정도 차기 회장을 선임하는 절차가 있을 예정이라 그동안 경영 공백이 없도록 자리를 지켜달라는 부탁을 드렸다"고 설명했다.

 

이번 권 회장의 조기 사임을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외압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권 회장은 그간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라는 배경 탓에 꾸준히 퇴진설에 휩싸였다. 지난 2013년 회장 선출 당시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영향이 있었다는 의혹을 받았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미국·인도네시아·베트남·중국 등 4차례 해외 순방을 도는 과정에서도 권 회장은 경제사절단 명단에 포함된 적이 없다. 

 

또 최근에는 MB 정권의 자원외교 활동과 관여됐다는 의혹도 받았다. 앞서 최순실 사태로 이미 수사를 받은 데 이어 추가 수사를 받을 가능성이 일자, 결국 권 회장이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자리에서 내려왔다는 추측이다. 아울러 최근까지 사퇴설이 끊이지 않았던 황창규 KT 회장이 국회의원 불법 후원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것도 심리적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권 회장은 임기 동안 구조조정 현안을 맡아온 데 이어 최근 창립 50주년 행사를 진행하며 과로가 누적돼, 휴식이 필요하다는 의학적 조언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권 회장의 사퇴로 인해 포스코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CEO들이 자리에서 내려오는 역사를 반복하게 됐다. 이명박 정부 당시 취임한 정준양 전 회장은 지난 2012년 연임에 성공했으나, 박근혜 정권 시기인 2014년 3월 임기를 1년 이상 남겨둔 채 회장직을 내려놨다. 이구택 전 회장도 노무현 정부 당시 취임해 2007년 1월 연임했으나,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국세청장 로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으며 조기 사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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