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정 산업팀장

[서울와이어 유수정 기자] 최근 배달 음식을 시켜먹으며 ‘제 돈 주고 사먹으면 바보’가 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업체가 외식업계를 장악한 가운데 각종 할인 쿠폰이 수 없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최소 두어 번 이상 배달음식을 시켜먹는 기자의 휴대전화에서도 배달앱은 늘 즐겨 찾는 앱의 상위권을 차지한다.

 

할인쿠폰과 행사를 적극 활용하는 알뜰한 소비자가 되겠다는 포부 아래 설치한 배달앱만 하더라도 무려 4개(▲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 ▲푸드플라이)나 된다.

 

아직 우버이츠 등까지는 사용하지 않고 있지만 SPC 해피앱을 통해 ‘파바 딜리버리’를 주문한 경험이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무려 5개의 배달앱을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국내 배달앱 시장의 규모(배달앱 주요 3사 합산 매출액 기준)는 2015년 약 900억원에서 2017년 2500여억원으로 2.5배 이상 성장했다. 국내 배달음식 시장 전체 규모의 경우 지난해 무려 15조원대로 추정된다. 올해의 경우 20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배달이 당연시 된 외식업계에서 배달앱이 무시할 수 없는 세력으로 성장함에 따라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배달앱과 손잡고 다양한 할인 행사를 펼치고 있다.

 

특히 가장 활발한 할인 마케팅을 진행 중인 곳은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다. 이들은 최근 ‘행사 비용 100% 본사 부담’이라는 타이틀 아래 지속적으로 배달앱을 통한 할인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같은 마케팅 전략을 가맹점주를 위한 ‘상생 경영’의 일환으로 포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본사가 마케팅 비용을 전액 부담해 가맹점주의 매출 증대를 이뤄낸다는 점은 분명 바람직한 현상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가맹점주들이 가맹본부 측에 요청하는 진정한 ‘상생 경영’은 이 같은 단발적인 이벤트가 아닌 납품단가 인하와 원가 공개, 필수구입품목 축소 등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특히나 본사 차원에서 배달앱을 활용한 할인 이벤트를 남발할 경우 소비자들로 하여금 정가의 개념을 잃게 할 수 있는 등의 피해가 야기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또 가맹점주들에게 막대한 수수료부담을 떠안기는 배달앱의 이용을 도리어 독려하는 꼴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마케팅 전략은 결국 제살 깎아먹기가 될 수밖에 없다. 이제는 진정한 상생 경영에 대한 의미를 되짚어야 할 때다.

 

yu_crystal7@seoulwire.com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