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된 인물' 최종구 금융위원장 내세워 부담 최소화
겸직 방지한 금융위원회법 '장애물'… "단기간내 추진은 어려울 것"

최종구 금융위원장(금융위원회 제공)

 

[서울와이어 염보라 기자] 금융위원장이 금융감독원장을 겸임하는 '통합 수장' 제도가 11년만에 부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3일 금융권과 정부 고위관계자들에 따르면 김기식 전 금감원장이 지난 17일 불명예 퇴진한 가운데, 정부는 최종구(사진) 금융위원장을 '통합 수장'으로 내세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미 검증된 인물인 최 위원장을 금융위원장 겸 금감원장으로 내정함으로써 혹시 모를 '조기 낙마' 가능성을 방지하는 한편, 금융당국 체계 일원화로 문 정부의 '금융개혁'에 속도를 붙인다는 복안이다. 

금융당국의 통합 수장 제도는 1998년 김대중 정부때부터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정부조직개편을 단행하기 전까지, 약 10년간 실제 운영된 바 있다. 당시 금융위원회의 명칭은 금융감독위원회였다. 1998년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을 시작으로 이용근·이근영·이정재·윤증현·김용덕 등이 통합 수장을 지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금융당국 통합 수장 제도를 추진했으나 법적 제약 등 문제로 일보 후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 설치 등에 관한 법률' 제9조3호에 따르면 금융위원장은 감독의 대상이 되는 단체의 임직원을 겸할 수 없다. 단체에는 금융회사뿐 아니라 금감원도 포함된다. 통합 수장 체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부터 선행해야 하는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통합 수장 카드를 꺼내들기까지 제약 사항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현 상황에서 가장 합리적인 카드이기도 하다"며 "통합 수장 체제는 향후 금융위에서 금융정책을 분리해 기획재정부로 일원화하는 금융감독기구 개편 방안의 길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고위관계자 역시 "문 대통령이 금융수장으로 관료 출신을 임명하지 않겠다고 공표한 만큼 민간 출신 후보가 가장 유력한데, 인사 검증을 하는데 부담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확실한 인물이 나타나지 않는 이상 통합 수장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최흥식-김기식에 이어 3번째 낙마자가 탄생할 경우 인사 검증을 맡고 있는 조국 민정수석, 나아가 청와대에 대한 야당의 공격 수위가 높아질 수 있는 만큼 가장 안전한 길을 차선책으로 선택할 것이란 시각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겸직체제는) 이전에도 나왔던 얘기인 만큼 가능성이 없진 않아 보인다"며 "6월 지방선거 이후 개혁성향이 짙은 인물을 금융위원장으로 임명해 금감원장을 겸임하게 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모 금융지주 관계자는 "빠른 의사결정 등 장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여러가지 법 개정이 선행돼야 하는 만큼 사실상 단기간내 현실화되긴 힘들 것"이라며 "금융당국기구 개편 방안도 미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통합 수장 카드를 먼저 꺼내들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차기 금감원장으로 거론되는 후보군은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 윤석헌 서울대학교 객원교수(전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위원장), 정은보 전 금융위 부위원장 등이다. 유광열 금감원 수석부원장의 내부 승진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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