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염보라 기자] 재벌그룹 순환출자가 사실상 해소됐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재벌개혁' 칼날을 빼들기도 전에 순환출자가 마법처럼 감소했다.

24일 공정위에 따르면, 57개 공시대상 기업집단(31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포함)의 순환출자 고리는 20일 기준 6개 집단 41개 고리만 남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10개 집단 282개 고리)대비 85% 가량 해소된 셈이다.
 

순환출자란 ‘A→B→C→D→A’처럼 계열사가 순환 구조를 이루면서 지분을 보유하는 지배 구조를 말한다. 고리가 많으면 오너가가 소수 지분과 계열사 지분을 통해 전체 그룹을 불투명하게 지배할 수 있는 문제가 있다. 현행법에서는 자산 10조 기업에 대해 신규 순환출자만 금지하고 있다.
 

지난 1년 사이 해소 내역을 세부적으로 보면, 자산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8개 집단의 93개 순환출자 고리는 4개 집단 10개로 줄었다.

우선 롯데·농협·현대백화점·대림 4개사는 기업집단 내 순환출자를 완전 해소했다.

롯데는 지분매각 및 2단계에 걸친 분할합병을 통해 기업집단 내 67개 순환출자 고리를 완전 해소했고, 농협은 순환출자 고리 내에 있는 계열회사에 대한 소유지분을 제3자에게 매각해 계열 제외함으로써 기업집단 내 순환출자 고리 2개를 전부 끊었다.

현대백화점은 총수 일가가 순환출자 고리 내 계열회사간 출자 주식(현대쇼핑이 보유한 현대A&I 및 현대그린푸드 지분)을 매입하해 기업집단 내 순환출자 고리 3개를 해소했다.

대림은 순환출자 고리 내에 있는 계열회사(대림코퍼레이션)가 같은 고리 내에서 자신에게 출자하는 다른 계열사(오라관광)의 보유 주식(4.32%, 45만여주)을 자사주로 매입하는 방식으로 기업집단 내 순환출자 고리 1개를 없앴다.

지난 20일 기준 순환출자 고리를 유지하고 있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은 삼성(4개), 현대자동차(4개), 현대중공업(1개), 영풍(1개)이다.

7개였던 삼성은 3개를 해소했고, 2개였던 현대중공업은 1개를 해소했다. 7개였던 영풍도 6개를 해소해 1개만 남았다. 현대자동차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를 비롯한 4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기 위해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부회장 부자(父子)가 4∼5조원을 들여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할 계획이다.

 

자산 10조원 미만 공시대상 기업집단도 지난해 9월 1일 지정 당시 26개 집단 가운데 2개 집단이 189개 순환출자 고리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20일 현재는 2개 집단에서 31개 고리만 남았다.

185개 고리가 있던 SM은 158개를 해소했고, 고리가 4개였던 현대산업개발은 변동이 없었다.

대기업집단의 자발적인 순환출자 해소에, 일각에서는 '김상조 효과'가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위원장은 '재벌개혁'의 일환으로 재벌들의 소유·지배구조를 개선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계속해서 밝힌 바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특히 각 기업집단이 자신의 경영현실에 가장 적합한 방법을 찾아 자발적으로 해소한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며 "대기업집단들이 순환출자 해소를 시작으로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소유‧지배구조를 더욱 개선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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