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위안화 국제화를 노리는 중국의 국제결제시스템(CIPS)에 참여한 은행이 전 세계 89개국 865개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정부는 미국이 경제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러시아와 터키 등을 끌어들이며 규모를 키워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80% 증가한 26조 위안(약 4474조6000억 원)을 거래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밝혔다. 거래량 역시 15% 증가한 144만 건에 달했다.

현재 국제결제는 벨기에에 거점을 둔 국제은행간 금융통신협회인 스위프트(SWIFT) 시스템을 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스위프트 결제액은 일일 5조~6조 달러(약 5977조5000억~7173조 원) 규모로 사실상 국제표준이 되고 있다. 이 중 40%가 달러 결제로 스위프트가 달러 패권을 지지하고 있는 모양새다.

스위프트에 대항하기 위해 중국 인민은행이 2015년 10월 도입한 CIPS는 트럼프 행정부의 제재 대상국 확대로 대립하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중국의 '현대판 실크로드'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에 참여하는 국가가 확대되며 파이를 키우고 있다. 특히 CIPS는 영어로 진행되며 거래 즉시 결제하는 시스템을 채택해 위안화 결제 범위를 넓히고 있다.

신문은 가동 후 3년 반 만에 CIPS가 괄목할 성과를 이뤄냈다며 사실상 국제표준에 대항하려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경제제재 대상국 중 러시아에서는 지난해 12월 모스크바신용은행에 이어 총 23개 은행이 CIPS에 참여하고 있다. 러시아 기업이 중국 수입 대금을 위안화로 지불하는 비율은 2014년 9%에서 2017년에는 15%로 상승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2017년 9월 1%였던 외화준비액 중 위안화 비율을 지난해 9월 14%로 대폭 높인 반면 달러 비율은 46%에서 23%로 낮췄다.

지난해 11월 미국의 제재로 스위프트 접속이 차단된 터키도 11개 은행이 CIPS에 참여했다. 이란 은행은 아직 CIPS에 참여하지 않고 있지만 미국의 금융거래 제재 조치 등으로 달러 이용에 제한이 걸리면 우회 수단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인프라 사업·자원개발 등을 내세우며 중국이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케냐 등 아프리카 국가의 CIPS 참여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최근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31개 은행이 CIPS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신문은 중국의 광역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 참여 국가가 늘어날수록 위안화 결제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정부는 위안화를 역내 기축통화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스위프트 결제액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3월 시점에서 1.89%로 달러·유로·파운드·엔화에 이어 5위에 불과하다. 하루에 3000만 건 이상 거래되는 스위프트에 비해 CIPS의 규모는 아직 작다는 의미다.

반면 미국과 대립하는 국가들의 달러 이탈 현상이 이어지고 있고 미국의 경제 제재를 피하기 위해, 미국에 국제거래를 숨기기 위해 위안화 국제결제가 늘어날 가능성도 높다. 달러 이외의 통화로 결제하는 수단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는 “CIPS의 네트워크는 확실히 확대되고 있고 그 잠재력은 간과할 것이 아니다”며 “미국이 위압적인 외교를 강화하면 스스로가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절대적 지위를 위태롭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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