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기후협정 복귀·이란 핵합의 ‘일단’ 유지 촉구
“WTO 규정 따르라”며 미국우선주의 정책도 비난
방미 중 ‘악수 대결’ 대신 ‘브로맨스’ 과시도

자칭 ‘유럽의 트럼프 통역사’ 마크롱 대통령이 미 의회 연설에서 파리기후협정 복귀와 이란 핵합의 유지 촉구 등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미국을 국빈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 의회 연설에서 지구온난화·이란 핵문제 등에 대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입장이 다르다며 미국의 이해와 협력을 촉구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2차 세계대전 후 이어온 국제공조 체계가 위기 상황에 노출됐다며 미국이 다자주의를 수호하고 개혁에 기여해야 한다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정책을 비판했다고 CNN 등 주요 외신이 전했다.

 

18세기 프랑스가 미국의 독립을 지원했다는 사실을 언급한 마크롱 대통령은 양국이 자유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공유해 온 특별한 관계라며 “깨질 수 없는 인연”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환경 문제에 대해서는 “지구를 파괴하고 아이들의 장래를 희생하고 살 것인가”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공식 탈퇴를 선언한 파리기후협정에 복귀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트럼프는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했지만 미국이 언젠가 복귀한다고 확신한다”는 그의 발언에 민주당 의원들은 기립박수를 보냈지만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불편한 심기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란 핵문제와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정책에도 지적을 서슴지 않았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엔과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해 옳은 답을 얻을 수 있다”며 “우리가 WTO 규정을 만들었고, 그것에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등 WTO 규정에서 벗어난 미국우선주의 정책을 정면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폐기를 주장하는 이란 핵협정과 관련해서는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우리의 목적은 분명하다”면서도 “프랑스는 이란 핵협정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방미 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나도 만족하는 건 아니지만 핵합의를 유지하자는 게 내 주장”이라고 강조하며 미국의 합의를 요구해 왔다.

 

한편 지난해 5월 취임한 마크롱 대통령은 같은 달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강렬한 악수 대결을 펼치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주요국 중 세계 최연소 정상인 마크롱 대통령은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손을 강하게 잡으며 기선제압을 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만남에서 두 정상은 다정하게 손을 맞잡고 포옹을 하는 등 친밀한 관계를 보였고 주요 외신은 ‘트럼프와 마크롱의 브로맨스’를 앞다퉈 보도했다.

 

영국 BBC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간관계는 예측하기 힘들지만 마크롱 대통령과 브로맨스가 이뤄진다면 국제사회에서 프랑스의 입지가 더 올라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miyuki@seoulwire.com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