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2018남북정상회담 공동취재단]

 

[서울와이어] 피는 속일 수 없었다. 남과 북의 만남. 27일 오전9시 정각.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손을 잡았다. 얼마나 기다렸던 순간인가. 거기에는 긴장감도 없었다. 평화 기운이 감돌았다. 나만 그런 느낌을 받았을까. 남북한을 비롯 전세계가 감동을 받았다. 뜨거운 박수가 아깝지 않다.

두 정상은 얼마나 밤잠을 설쳤을까. 문 대통령은 1시간 안팎 거리이니까 8시 조금 넘어 청와대를 출발했다. 김 위원장은 평양에서 판문점까지 2~3시간 거리라 새벽 일찍 떠났을 듯 싶다. 그런데도 피곤한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흥분해서 그럴지도 모른다.

정상회담의 키는 김 위원장이 쥐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언제든지 정상회담을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북한만 오케이하면 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김 위원장의 올해 신년사부터 희망이 묻어났다. 예년과 달리 기대를 낳게 했다. 그것은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로 이어졌다. 그 다음부터는 순풍에 돛 달듯이 달려왔다.

두 정상은 군사분계선 시멘트 턱을 두고 손을 맞잡았다. 그것만 제거하면 남과 북이 하나가 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남쪽으로 넘어와 문 대통령과 얘기를 나눴다.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알 수 없다. 잠시 뒤 다시 북쪽으로 넘어갔다가 손을 잡고 남쪽으로 넘어왔다. 김 위원장이 제안했을 것으로 본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어깨를 맞대고 걸으면서 계속 대화를 했다. 둘의 표정은 매우 밝았다. 김 위원장에게 씌워졌던 잔인한 지도자상은 발견할 수 없었다. 밝게 웃는 모습이 매우 좋았다. 문 대통령은 큰 형처럼 김 위원장을 안내했다. 문 대통령도 내내 미소를 잃지 않았다.

의장대 사열도 인상적이었다. 취타대도 그렇고, 3군 의장대도 멋졌다. 두 정상은 의장대 사열을 마친 뒤 양쪽 대표단과 일일이 악수를 했다. 임종석 조명균 강경화 송영무 서훈 정의용 정경두 윤영찬의 표정 역시 여유가 있었다. 김여정 등 북한 대표단도 남쪽 못지 않게 여유 있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정상회담 전 모두 발언도 기대감을 부풀렸다. 문 대통령은 통큰 대화를 나누자고 했다. 사전 환담 모두 발언에는 남쪽에서 임종석 비서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북쪽에서는 김영철과 김여정이 배석했다. 분위기로 볼 때 만족할만한 성과가 나올 것 같았다.

두 정상은 오늘 하루 종일 함께 한다. 저녁 만찬까지 이어진다. 김 위원장은 잃어버린 11년을 강조했다. 아깝지 않게 대화를 나누자고 했다. 평화와 번영, 북남관계의 새로운 역사를 쓰자고 했다.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고, 원점으로 돌아가는 일은 없자고도 했다.

김 위원장은 어렵사리 평양냉면을 가져왔다고 소개했다. 멀리 온 평양냉면을 맛있게 드시면 좋겠다고도 했다. 김 위원장이 보통 지도자는 아니었다. 나이는 34살에 불과하지만, 노련미도 갖췄다. 이 칼럼을 쓰는 나도 신이 난다. 멋진 회담 결과를 기대하면서. <글 : 오풍연 오풍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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