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안 드 구즈만 무디스 정부신용평가 담당 이사가 5월 21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미디어 브리핑에서 한국 정부 신용등급 및 거시경제 전망에 대해 말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서울와이어 염보라 기자]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21일 향후 12∼18개월간 한국의 은행 산업 전망을 '안정적'으로 제시했다.

소피아 리 무디스 무디스 선임연구원은 이날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미디어 브리핑을 갖고 "(한국 정부의) 완화적 정책이 한국 은행권의 안정적인 영업환경을 지지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리 선임연구원은 "기준금리 변경 등으로 순이자마진(NIM)이 소폭 하락하고 대손비용률이 상승할 것이지만, 안정적 성장과 건전성 유지로 올해 역시 0.5%~0.6% 수준의 총자산이익률(ROA)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원화 유동성, 자본 적정성 모두 기준치를 크게 초과하는 데다 신(新)예대율 적용으로 은행의 예금 조달 비중이 높아져 유동성 위험 증가에 대한 대비 능력도 개선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은행권의 위험요인으로 '가계부채'를 언급했다. 다만 "담보인정비율(LTV)이 50% 내외로 낮고 신용도가 높은 고객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주택 가격이 10~30%까지 떨어져도 은행권은 큰 영향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임대사업자 대출에 대해서는 "대출 증가율이 높아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데, 연체율이 낮아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며 "주택가격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해외 부동산 가격 상승률과 비교해 볼 때 높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어 큰 문제는 없다"고 언급했다.

무디스의 이같은 전망에 대해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향후 등급 전망 조정 가능성이 있을 것이란 우려와 달리 연례 브리핑에서 언급한 내용으로 볼 때 (무디스는) 한국 정부에 대해 낙관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가계부채 문제를 향후 등급 변경 요인으로 꼽았지만, 주택시장 하락에 따른 가계부채 문제, 임대사업자 대출 문제 등 여전히 과거의 시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무디스는 증권 산업에 대해서도 '안정적' 등급을 제시했다.

옥태종 무디스 연구원은 "저금리 환경이 고수익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며 "사업 다각화가 증권사의 수익성을 지지하며 위탁매매 수수료율과 관련 수익이 줄어도 증권사들이 대규모 채권을 보유해 저금리 환경은 트레이딩 수익에 긍정적"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증권사들이 전통적인 위탁매매사업 이외에 대안적인 수익원을 모색하는 가운데 파생결합증권 발행과 대형 증권사의 기업 신용공여 확대 등에 따른 리스크가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정부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크리스티안 드 구즈만 무디스 정부신용평가 담당 이사는 "정부가 제시한 재정 정책이 성장률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기술 산업이 하강 국면이지만 올 하반기부터 턴어라운드(실적개선)가 발생하면 반도체를 포함해 한국 수출에 대한 수요가 늘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앞서 무디스는 지난 3월 한국의 올해와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2.1%, 2.2%로 제시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전망치가 조금 낮다고 생각될 수 있지만, 현재 구조적 요인이 아닌 경기 순응적 요인으로 압력이 발생하고 있다"며 "한국의 경제력은 충분히 강하다고 볼 수 있고 현재 평가하는 동종 그룹 국가보다 훨씬 좋은 상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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