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세계 경기 흐름 악화, 내수경기 부진 등 대한민국 경제에 악재가 겹친 요즘 국내 기업들은 어려운 환경을 돌파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업들은 국내 경제의 위기가 다가오자 그 타개책으로 4차 산업 시대 도래에 따른 신성장 동력을 기업의 생존 과제로 설정하고 돌파구 모색에 한창이다. <편집자 주>

 

 

[서울와이어 염보라 기자] 증권업은 시장환경을 많이 타는 업종이다. 증시변동에 민감한 브로커리지(고객의 위탁을 받아서 물건이나 증권을 매매하는 업무)를 주요 업무로 취급하다보니 유동적이다. 이에 따라 각사 실적은 매년, 매 분기마다 들쑥날쑥 요동친다. 단편적인 예로, 지난해 상반기 증시 호황에 '사상 최대' 실적을 자랑한 증권업계는 하반기 대내외 악재로 주식시장이 부진하자 다시 실적 급락을 맛봐야 했다.

문제는 앞으로의 시장 전망이 썩 좋지 않다는 점이다. 악재가 많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은 현재진행형이고, 신흥국 금융불안과 환율·금리·국제유가의 불확실성 역시 여전하다. 내수도 좋지 않은데 미국과 중국도 흔들리는 분위기다. '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는 최근 한국을 찾아 "2~3년 내 글로벌 경제위기가 올 것"이라고 단언했다. 증권업계 시름이 깊어지는 이유다.

증권업계는 시장환경에 영향을 '덜' 받기 위한 사업구조를 만드는 데 공들이고 있다. 초점은 다각화다. 투자은행(IB) 업무의 경우 '대세'로 자리잡은 모양새다. 이를 통해 브로커리지 업무에 대한 수익 의존도를 낮춘다는 전략이다.
 

 

 

수익다각화에 쏟은 노력은 고스란히 실적에 반영되고 있다. 특히 올해 1분기 IB 부문에서 수익모델을 다각화 하는 데 힘쓴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나란히 순이익 1·2위에 자리해 눈길을 끌었다. 참고로 두 회사의 최고경영자(CEO)인 정일문·정영채 사장 모두 대표이사 취임 전 IB 전문가로 통했던 인물이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44.5% 증가한 2186억원의 사상 최대 순이익을 냈다. 세부적으로 지표들을 살펴보면 브로커리지 외에 IB, 자산운용(트레이딩) 등 부문에서 고르게 실적을 내 덕분이다. 순영업수익 기준 IB부문 수수료 수익은 517억원으로 1년새 22.4% 늘었고, 자산운용부문은 48.6% 증가한 2817억원으로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NH투자증권은 1분기 1711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4위에서 2위로 뛰어올랐다. 서울스퀘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삼성SDS타워 인수 등 굵직한 IB 딜을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 했다는 분석이다. IB 부문의 전년 대비 실적 상승률은 무려 52.9%에 달한다.

 

 

키움증권과 메리츠종금증권 역시 수익다각화 노력을 통해 올해 1분기 '빅5' 반열에 오른 케이스다.

키움증권은 1분기 81.6% 늘어난 1587억 순이익을 내며 미래에셋대우에 이어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자기자본을 활용한 자기자본투자(PI) 수익 급증이 실적 성장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적자였던 회사의 PI 영업수지는 올들어 763억원 수익으로 전환했다. 올해는 이와 더불어 IB부문 영업실적 비중을 확대하는 데 공들일 예정이다. 현재는 전체의 11% 수준에 그친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 1월과 8월 두차례에 거쳐 IB사업본부를 기업금융과 구조화금융본부로 세분화하는 등 IB 확대를 위한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한 바 있다.

메리츠종금증권 역시 IB 부문에서의 확장을 통해 전년 동기 대비 36.7% 성장한 1413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업계 순위는 5위다. 이 회사는 인수금융, 사모펀드, 중소기업 신용공여 등에 자본을 공급해 투자처를 다각화하는 데 공들여 왔다. 특히 기업 신용공여의 경우 지난해 9월부터 제도적으로 한도가 확대됨에 따른 덕을 톡톡히 봤다는 분석이다.

 

 

하반기부터는 더욱 치열한 싸움이 예고된다. 빅5의 자리 지키기와 5위권 밖에 머물고 있는 증권사들의 자리 뺏기 간 경쟁이다.

삼성증권은 IB 부문에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1분기에만 이 부문에서 303억원의 영업수익을 냈다. 전년 동기 대비 8% 증가한 수치로, 전체 영업수익 대비 점유율 역시 7.8%에서 10.3%로 높아졌다. 특히 중소기업 기업공개, 인수합병 등에 공들이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인수합병 자문사업에서 꾸준히 실적을 쌓고 있다는 점은 향후 IB 부문의 성장세를 견인할 요소로 꼽힌다.

KB증권 역시 IB 본연의 투자업무를 강화를 통해 5위권 재진입을 노리고 있다. 이를 위해 서울대학교와의 업무협약 체결뿐 아니라 신기술사업금융업자 라이선스 획득하는 등 유망 신성장 스타트업 조기 발굴, 초기 투자, 성장에 따른 프리-IPO 투자 등 기업 생애주기에 맞춘 단계별 IB토탈 솔루션을 제공하고 동반 성장을 꾀하고 있다.

아울러 KB국민은행과의 협업을 통한 자산관리(WM) 영역에도 힘 주고 있다. 그 결과 2018년말 20조4000억원에서 지난 1분기 23조4000억원으로 실적이 무려 14.7%나 증가했다. 최근에는 금융위원회로부터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아 신규 사업인 발행어음업이 가능해졌다. 연내 2조원을 판매 목표치로 삼고 이르면 내달초부터 판매를 개시한다는 계획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초대형 IB를 준비 중이다. 초대형 IB는 단기금융업 인가를 위한 조건으로, 이 회사는 최근 대주주로부터 6600억원의 자본확충을 받아 자본금 4조원의 초대형 IB의 요건을 갖췄다. 상반기 내 자본확충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으로, 무리가 없는 한 연내 단기금융업 인가까지 가능할 것으로 점처진다.

이와 함께 그룹&글로벌IB(GIB), 글로벌 시장&증권(GMS) 등 매트릭스 조직을 구성해 IB와 고유자산운용 등에서 신한금융그룹 내 계열사 간 협업을 강하해 나가고 있다. 이를 통해 신한알파리츠 성공적 상장, 인도네시아 김치본드 발행 주관, 베트남 다낭의 포포인츠바이 쉐라톤 호텔 딜 등을 성공했다. 나아가 그룹 내 자본시장 허브로서 '원신한(One-shinhan)' 기치 아래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 제공을 제공, 도약 발판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하나금융투자 역시 KEB하나은행과의 '원컴퍼니 협업체계'를 통해 IB부문 시너지 노리고 있다. 원컴퍼니 협업체계는 KEB하나은행과 하나금융투자의 IB부문장이 겸직하는 등 두 계열사가 IB 부문에서 시너지를 내는 것을 말한다. 자본은 넉넉하다. 지난해 두 차례에 걸친 유상증자를 통해 2017년 1조9000억원대였던 자기자본 규모를 3조2000억원대까지 키웠다. 이를 통해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지정요건(자기자본 3조원)을 충족, 헤지펀드 등 대체투자 등에 뛰어들 수도 있게 됐다.

이에 앞서 하나금융투자는 지난달 IB그룹 내에 실물투자금융본부를 신설했다. 신재생에너지시설과 사회간접자본(SOC) 인프라 투자 딜을 주로 소싱하는 조직으로, 이를 통해 IB 경쟁력을 확대하고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견고히 다진다는 복안이다.

 

 

유안타증권은 리테일과 IB, S&T 3개 사업부문을 중심으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를 통해 유안타증권 사명 변경 이래 최대실적인 당기순이익 1047억원을 달성하는 등 3개 사업부문 중심으로 고른 성과를 창출했다. 회사 측은 필요한 우수인력을 필요에 따라 수시 충원함으로써 3개 사업부문에서의 역량을 더욱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하이투자증권 역시 IB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부문에 집중하며 실적을 끌어올리고 있다. 그 결과 올해 1분기 매출 중 IB·PF 부문 비중은 1년새 32%에서 41%로 늘었다. 회사는 기존 강점 사업인 WM 부문과 채권사업 부문 그리고 새로 집중하고 있는 IB와 PF 부문에서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위해 노력을 지속하는 한편, 이익 유보를 통한 내실 경영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증권사의 실적을 가르는 건 IB 부문"이라며 "실적 안정을 위한 수익 다각화 노력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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