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 방송화면 캡처]

 

[서울와이어] 대통령이 방송 기자회견을 하면 야당 대표도 같은 기회를 달라고 요구하곤 했다. 전파를 독점하면 안 되며, 균형을 맞춰 달라는 이유를 댔다. 그래서 방송사가 야당 대표에게 회견 기회를 주기도 했다. 양 측 모두 대국민 홍보를 하기 위함은 물론이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께!’라는 칼럼을 쓴 적이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에게도 똑같은 칼럼을 쓴다.

홍 대표는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온 사이다. 그러나 최근에 본 적은 없다. 그가 1980년대 말 서울지검 검사로 있을 때 처음 봤다. 나는 사무실을 방문하면 정리정돈이 잘 돼 있는지부터 살펴본다. 홍 대표가 하고 다니는 것을 보면 조금 지저분하지 않을까 여길 게다. 하지만 그의 방은 정말 깨끗했다. 책도 많이 봤다. 군인이 사물 관리하는 것처럼 각을 잡았다고 할까.

홍 대표는 검사를 할 때도 입이 거칠었다. 좋은 말로 표현하면 거침이 없었고, 나쁘게 얘기하면 오버도 종종 했다. 그 덕에 국회의원이 됐는지도 모른다. 그는 단기필마형이다. 워낙 독특하다보니 나홀로 정치를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권자들은 그의 막힘 없는 화법에 환호하기도 했다. 당에서도 승승장구했다. 현재 두 번째 대표를 맡고 있으니 말이다.

홍준표의 최종 목표는 뭘까. 보통 정치인으로 남아 있을 그가 아니다. 또 다시 대권에 도전할 것이다. 그렇다면 전략을 바꾸라고 얘기하고 싶다. 지금처럼 한다면 누가 표를 찍어줄까. 표를 얻어야 대통령도 된다. 홍 대표를 보고 있노라면 아슬아슬하다. 언제 선을 넘을지 모른다. 당 대표의 품격은 보이지 않는다.

제1야당의 대표다. 그럼 무게감이 있어야 한다. 홍 대표에게서 무게감을 느낄 수 있을까. 너무 가볍다. 입도, 행동도 그렇다. 초선 대변인이 자기를 알리기 위해 당의 방침보다 조금 더 나가는 유형 같다. 대표가 앞장서서 대통령과 여당을 공격하니 정작 원내대표나 대변인단은 멋쩍어 한다. 홍 대표의 발언은 독하다. 극우 보수 성향의 유권자에게는 먹힐지 몰라도 많은 국민에겐 거부감이 더 많다. 그럼에도 고칠 생각은 하지 않는다.

당 대표가 당을 망치려 한다는 말도 들린다. 너무 과격한 발언을 하니까 소속 의원들도 우려한다. 최근 홍 대표와 다른 발언을 하는 중진 의원과 시,도지사 등 광역단체장도 늘었다. 무엇보다 지방선거를 코 앞에 두고 있는데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다. 제발 가만히 좀 있으라고 당부하는 의원들도 있다. 주객이 전도된 셈이다. 당 대표가 소속 의원들을 말리는 게 옳은데 거꾸로다.

지방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다. 홍 대표의 거친 입 때문에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그럼 홍 대표에 대한 책임론도 불거질 터. 홍 대표 자신은 고도의 전략이라고 우길 게 뻔하다. 정치가 바로 서려면 야당이 강해야 한다. 지금 한국당은 인물도, 전략도 없다. 홍 대표부터 바뀌어야 야당다운 야당이 될 것이다. <글 : 오풍연 오풍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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