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우리가 자주 하는 우스갯소리에 “남의 돈 벌어 먹고 살기가 힘들다”는 말이 있다. 때에 따라 자존심을 품 안에 넣어두고 항상 웃는 낯으로 상대를 대해야 하는 회사생활의 애환을 빗댄 말이다. 지친 발걸음을 이끌고 친구들을 만나 거나하게 한 잔 할 때 우리는 자주 “다 때려 치우고 장사나 할까?”란 말을 하기도 한다. 남의 눈치 안 보고 망하든 잘 되든 자기 사업을 하며 돈을 벌고 싶다는 의중인데, 감히 말하자면 딱 술안주로만 할 이야기이자 생각이다. 단지 회사 생활이 힘들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장사를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 치고 해피엔딩을 마주하는 이는 손에 꼽을 정도다.

 

웹툰 ‘미생’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회사가 전쟁터라고? 밀어 낼 때까지 나오지 마라. 밖은 지옥이다.” 이 대사에 적잖이 공감을 한 이도 있을 것이고, 과대 표현을 한 것처럼 느낀 이도 있을 것이다. 필자는 이 대사를 보고 소름이 돋았던 기억이 있다. 장사를 만만히 보고 덤비려는 사람들에게 필자가 전하려고 하는 모든 느낌을 함축적으로 담아냈기 때문이다.

 

2018년의 대한민국은 ‘할 것 없으면 장사나 했다가 망하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자영업자의 폐업률은 2%대 중반까지 치솟으며 사상 처음으로 창업률을 앞질렀다. 은행권의 자영업자대출은 300조원에 육박해 가계빚을 늘리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포화상태인 자영업시장에서 수익을 제대로 올리지 못해 대출을 받아 임금, 임대료 등 운영경비를 마련하는 자영업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장사를 하면 죄인이 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세금을 못 내서 죄인이고, 인건비 못 줘서 죄인이고, 임대료를 못 내서 죄인이 되는 것. 장사하면 사회에 공헌을 둘째치고 죄인이 될 확률이 커져 버렸다.

 

시간이 지나가면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현재로서는 무리다. 인구 고령화와 취업난 등의 여파로 많은 이들이 자영업에 뛰어들지만 성공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며 동일업종 간 경쟁 심화와 관광객 감소, 소비심리 저하, 임대료 및 인건비 상승 등 악재가 쌓이면서 자영업 경기는 날이 갈수록 위축 될 가능성이 높다.

 

상황이 이럴 진데 다람쥐 쳇바퀴 굴러가는 느낌이 든다고 해서 회사 생활을 버리고 자영업에 뛰어들겠다는 사람은 아직 내공이 단단히 여물이 못한 이들이다. 창업 시장 상황과 자영업의 현실을 직시하고 숙고에 숙고를 거쳐서 결정해야 하는 것이 바로 창업이다. 물론 나이가 어리다면 사회 경험을 쌓는다는 미명이 있겠지만 챙겨야 할 식구와 가장의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창업은 인생 최대의 고민을 동반해야 함이 옳다.

 

인생의 성공은 무릇 100%라는 것이 작용하지 않는다. 운도 실력도 타이밍도 적절히 제 기능을 다 해줘야 한다. 자신이 창업을 할 마음의 준비가 단단히 되어 있고, 자금 운용의 돌발상황까지 감당 할 수 있을 때 그 때 창업을 생각해도 늦지 않다. 운은 그런 사람들한테 붙는 법이다. <글 : 권순만 한국창업능률개발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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