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 금융노동자 공동투쟁본부가 금융감독원 앞에서 금감원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서울와이어 염보라 기자] 카드사 노조가 예고한 '전면 총파업'이 카운트다운을 켰다.

앞서 금융노동자 공동투쟁본부와 카드사 노조는 지난달 12일 서울 중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당국을 향해 "오는 5월말까지 (금융당국이) 3가지 쟁점사항을 해결해주지 않을 경우 전면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선전포고 한 바 있다.

이들이 해결을 촉구한 쟁점사항은 △500억 초과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 하한선 마련 △레버리지(자기자본 대비 총자산 한도) 배율 6배→10배 완화 △부가서비스 축소다.

당국이 어떤 해답을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카드사들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는 호소가 줄잇고 있다.

◇ 시발점 된 카드 수수료율 인하 정책

카드사 노조의 총파업 예고는 정부의 수수료 인하 정책이 시발점이 됐다.

지난해 11월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정 회의를 열고 신용카드 우대 수수료율 적용을 대폭 확대키로 합의했다.

개편안에 따라 연매출 5억원 이상 10억원 이하 가맹점에 대한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약 2.05%에서 1.4%로 인하했다. 연매출 10억원 이상 30억원 이하 가맹점의 수수료율은 약 2.21%에서 1.6%로 낮아졌다.

또 대형 가맹점을 제외한 매출액 500억원 이하의 일반 가맹점에 대해서는 카드사 마케팅 비용 부담 차등화 등을 통해 현재 2.2% 수준에서 0.2~0.3%포인트 인하해 평균 2% 이내가 되도록 유도키로 했다.

정부는 연간 최대 8000억원 규모의 카드 수수료 인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만큼 카드사들의 수익 역시 줄어드는 셈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BC카드를 제외한 전업계 카드사 7곳의 영업이익이 약 26.6% 급감할 것으로 봤고, KB증권은 수익 감소 폭을 3.9% 수준으로 추산했다.

이에 노조는 "종부의 개편안대로라면 대부분 카드사가 적자 전환할 것"이라면서 "결국 노동자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오른쪽 두번째)이 지난해 11월 2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카드수수료 개편방안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 카드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 내놨으나… 업계 반응 '미온적'

이후 금융당국은 '카드산업 건전화 및 경쟁력 제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해결책 마련에 나섰으나 카드 노동자들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업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핵심 쟁점 3가지에 대해서는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은 탓이다. 레버리지 규제의 경우 배율을 완화하는 대신 빅데이터 신사업 관련 자산과 중금리 대출을 총자산에서 제외하는 것을 대안책으로 제시했지만, 업계는 '실효성 없는 당근'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수수료 인하로 인한 수익 감소 여파로 카드사들은 새로운 먹거리 창출이 필요한 상황인데 레버리지 배율 규제에 막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며 "정부는 빅데이터 신사업 관련 자산을 (레버리지 배율 계산 시)총자산에서 제외한다고 하는데, 투자 여력이 있는 일부 대형사만 혜택을 보지 않겠느냐. 중소형사 입장에서는 이런 대안책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 순이익 감소 직격탄 맞은 카드업계, 제2 LG카드 탄생 우려

수수료 인하 정책 이후 카드업계의 순이익 감소 우려는 현실화 되고 있다.

26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 등 7개 전업 카드사의 1분기 당기순이익 총 규모는 45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7% 감소했다.

전체 감소폭은 미미한 수준이나 이는 일부 카드사가 허리띠를 졸라맨 결과로, 우리카드(-38.9%), 롯데카드(-38.7%), 하나카드(-28.6%), 신한카드(-12.1%) 등 대부분 기업의 순이익은 두자릿수 감소했다.

문제는 카드 수수료 인하 여파가 2분기부터 온전히 반영될 것이란 점이다. 1분기에는 1월을 건너뛰고 2~3월만 수수료 인하 분이 실적에 반영됐다.

업계 관계자는 "수년간 반복된 가맹점 카드수수료 인하 정책으로 카드업계는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며 "올해 2분기를 기점으로, 특히 수수료 수익 의존도가 높은 중소형 카드사의 위기가 본격화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다른 관계자는 "카드사들은 필요한 자금을 카드채 발행 등을 통해 조달하는데, 이런 흐름(수익성 악화)이 지속된다면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 마련이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과거 LG카드처럼 기업이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창호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이 카드사 건전화 및 경쟁력 제고 태스크포스(TF)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 송은정 서울와이어 기자)

 

한편 지난 3월 국회에서 열린 '카드수수료 인하 논쟁, 어떻게 볼 것인가' 좌담회에서 곽은경 컨슈머워치 사무총장은 카드수수료 인하가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이날 곽 사무총장은 "수수료는 카드사가 고객과 가맹점을 이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받는 수입으로, 누군가는 반드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라며 "카드 연회비 인상과 부가서비스 축소뿐 아니라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각 카드사는 감독규정을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소비자 혜택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포인트 적립률이 높거나 할인 혜택이 많은 '알짜카드'는 대거 단종됐고, 시즌 마케팅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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