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국빈 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종일 밀착 접대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밀함을 과시하고 있다 / 사진=아베 총리 인스타그램

[서울와이어 이동화 기자] ‘레이와’(令和) 시대 개막 후 처음으로 일본을 국빈 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친밀함을 과시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정상회담에 앞서 무역협상에서도 배려를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지바(千葉)현 모바라(茂原)시에 있는 골프장에서 아베 총리와 2시간 30분간 골프 라운딩을 한 후 “일본과의 무역협상에 큰 진전이 있었다”며 “농산물과 소고기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트윗했다.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7월 일본의 (참의원) 선거 후까지 기다릴 것”이라며 아베 총리를 배려했다며 골프 경기 중이나 오찬 때 미일 무역 문제를 협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지난달 무역협상을 개시한 미국과 일본은 조속한 합의 도출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세우고 있다, 하지만 아베 정권은 미국의 농산물 관세 삭감·철폐가 현실화할 경우 농가가 동요해 참의원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우려해왔다.

지난해 말 일본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발효되면서 미국은 자국 농산물의 일본 수출에서 불리한 입장에 서게 됐다. 이에 미국은 일본의 농산물 관세 조기 철폐 등 시장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일본이 원하는 자동차 관세 철폐에 난색을 표하면서 양국은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의견 대립을 이어가고 있었다.

NHK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일 무역협상에 대해 서두르지 않겠다며 참의원 선거 후 협상 타결을 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며 아베 총리의 골프 회동이 이뤄낸 성과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날 오전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 한 폭스뉴스 백악관 출입 기자도 참의원 선거 후로 무역협상 시점을 늦추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CNN과 AP통신 등 주요 외신은 선거에 유리한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 무역협상 타결을 미뤄온 아베 총리에게 기쁜 소식이라고 평가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미일 무역협상에서 일본은 자동차, 미국은 농산물 시장 대응을 핵심 항목으로 여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핵심 지지 기반인 농가를 의식해 조기 타결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미국 내에서는 이번 방문 성과가 미비할 것이라며 비판적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일본의 선거 때문에 협상을 미뤘다고 비판의 화살을 돌릴 수 있고 “선거 후에 더 큰 숫자를 기대한다”고 말함으로써 일본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얻겠다는 의지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양국의 무역협상 방식은 27일 열리는 미일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아침부터 저녁까지 골프, 스모 관전, 저녁 만찬 등을 즐기며 친밀한 관계를 피력했다.

오전에는 모바라 컨트리클럽에서 16홀 골프를 즐긴 후 미국산 소고기 더블 치즈버거를 먹었고 이후 도쿄 료고쿠(兩國)에 있는 국기관에서 스모 경기를 관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날개를 펼친 독수리가 장식된 ‘트럼프 배(杯)’ 우승컵을 우승 선수에게 수여했다.

이후 영부인을 동반해 도쿄 롯폰기(六本木)의 일본식 선술집 ‘로바다야키’에서 만찬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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